“폐쇄땐 교육 양극화 더 심해져”
“아이들이 놀이문화에서 가져온 영어체험은 쉽게 잊어버리지 않더라구요. 영어마을은 영어권 교육을 옮겨 놓은 곳인데, 이게 없어지면 대신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어요.”
박복남(50ㆍ사진) ‘서울영어마을 관악캠프(이하 관악영어마을) 학부모 모임’ 대표는 서울 관악구가 낙성대동 관악영어마을을 낙성대벤처밸리로 만들겠다고 밝힌 데 대해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관악영어마을은 지난 2010년 들어선 뒤 9년 간 인근 학부모 및 학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관악구 소재 22개 전 초등학교를 비롯해 서울 전역에서 71개 학교 2만명의 학생들이 다녀갔다. 올해는 이 보다 더 늘어난 80개 학교, 2만5000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이 주입식인데, 영어마을은 체험학습관으로 아이들이 영어로 운동하고 영화도 보고, 영어로 된 도서관에 가기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외국 체험을 하는 좋은 기회”라고 강조했다. 이어 “영어마을에 다녀온 아이들이 거기서는 한글을 쓰면 벌점을 받는다고 해 약간의 울렁증도 경험했다”며 “영어를 쉽게 접하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 대표는 현재 대학생인 큰 아들(21)과 중학생인 둘째 아들(15)을 모두 영어마을에서 체험을 시킨 뒤 크게 만족하고 있다. 관악영어마을은 숙식을 할 수가 없어, 둘째 아들을 숙식이 가능한 풍납 영어마을에 3박4일 체험학습을 보내기도 했다.
“큰 아들은 영어마을 체험 후에 호기심이 생겨서 방학 때 캐나다, 스위스, 일본, 중국 등에 다녀왔고, 이번에 캐나다에 있는 대학에 진학했어요. 영어마을 체험이 연간 2~5회 가량으로 횟수는 적지만, 그걸 계기로 본인이 대학을 스스로 선택해 자리를 잡는 모습을 보니 영어마을 도움을 톡톡히 본 것 같아요.”
관악 영어마을의 경우, 초등학교 3학년~6학년 생은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학사일정에 포함돼 연간 2~5회 가량 영어마을에서 체험학습을 하고 있다. 비용도 1회 2만~2만5000원 가량으로 비용 대비 효율이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사회배려계층의 참여도 늘고 있다. 2015년 2007명에 이어 2016년 2674명, 지난해 3401명으로 꾸준히 참가 인원이 늘고 있다.
그는 “영어마을이 처음 생겼을 때는 다들 거기 가봐야 무슨 효과가 있겠느냐며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많았지만, 요새는 학부모들과 아이들의 호응으로 아예 숙식이 가능한 방학때 입소를 선호하는 엄마들이 많다”고 했다.
박 대표는 영어마을이 사설학원화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영어마을의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때문”이라며 “영어 사교육비 부담을 크게 덜어 줄 뿐만 아니라 영어마을의 시설활용도를 높여 경영재원과 시설지원비를 충당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영어마을 프로그램의 70%는 학교, 즉 공고육과 연계한 정규 프로그램이며, 나머지 30%는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방과 후 프로그램이다. 정규 프로그램이 끝나면, 영어마을이 보유하고 있는 원어민과 인프라를 활용해 사설학원 대비 60% 가량 저렴한 가격으로 지역 학생들에게 양질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영어마을이 적자경영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 평가에 대해서는 “경기도 영어마을이나 다른 지차체 영어마을은 대부분이 100% 해당 지자체 예산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비해, 서울 영어마을은 서울시에서 사회배려계층 참가비와 정규 프로그램 일부 보조금 만을 지원하고 있어 인건비와 시설관리 유지비 등 운영 관련 모든 재정적 부담은 민간 위탁운영사가 책임지고 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영어마을이 없어지면 가장 우려되는 부분으로 ‘교육양극화’를 꼽았다. “부자들은 영어마을이 없어져도 별 다른 타격이 없겠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아이들은 영어를 체험할 기회 자체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결국 부모들의 역량에 의해서 아이들이 차별받는 세상이 되겠죠.”
이어 박 대표는 “제주도 영어마을에 강남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는데 관악구는 이런 훌륭한 자산을 더 확대할 생각은 안하고 다른 시설로 바꾸려는 것이 이해가 안된다”며 “지금 관악구청 옆에 대단지 아파트가 조성되고 있는데, 인근에 영어마을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연주 기자/yeonjoo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