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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간 보복범죄ㆍ묻지마 폭행…“안전이 뚫렸다” 불안 확산
뉴스종합| 2018-10-29 09:05
[헤럴드경제 DB]

-“안전 이별 우선시해야” 여성들 안전 우려
-묻지마 범죄 공포도 확산…대책 요구 목소리
-“중장기 대책 필요…지역 유대감도 높여야”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미혼 직장인 김모(29ㆍ여) 씨는 지난 주말 만난 친구들과 한 가지에 대해 모두 공감대를 형성했다. 남자를 잘 만나야 한다는 것. 가정폭력과 이별범죄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남자를 잘못 만났다가 목숨까지 잃을 수 있다는 사실에 모두 동의했다.

김 씨는 “누군가를 사랑했다가 헤어질 수 있는 것인데, 친구들 사이에서 마음이 덜 아픈 이별보다 안전한 이별이 먼저라는 의견이 나왔다”고 말했다.

흉악범죄는 물론 남녀 간의 보복 범죄까지 잇따라 발생하면서 시민들 사이에서 사회 안전망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아파트 주차장 살인 사건에 이어 부산 일가족 피살 사건이 남녀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성들 사이에서의 공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남녀 간에 발생하는 살인사건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29일 한국여성의전화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이나 데이트 관계 등 친밀한 관계에 있는 남성에 의해 살해된 여성만 최소 85명, 살인미수 피해 여성도 최소 103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여성의 자녀나 부모, 친구 등 주변인이 중상을 입거나 생명을 잃은 사례도 최소 55명으로 집계됐다.

범행동기별로 보면 ‘화가 나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경우가 28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혼ㆍ결별을 요구하거나 재결합ㆍ만남을 거부해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경우가 17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데이트 폭력뿐만 아니라 조현병 환자나 분노 범죄 등 일면식 없는 사람에 의한 강력범죄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최근 PC방 아르바이트생을 무참히 살해한 김성수(29)가 공분을 일으킨 가운데 지난 25일엔 한 50대 조현병 환자가 행인 2명에게 이유 없이 흉기를 휘둘러 죽이려 한 혐의로 구속됐다.

주말마다 술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한모(21) 씨는 “PC방 아르바이트 사건이 남의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았다”며 “내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일할 땐 최대한 말과 행동을 조심하고 이상한 취객이 있으면 참거나 피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묻지마 범죄 가해자는 지난 2013년 54명에서 지난해 50명으로 매년 5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조현병을 포함한 정신장애 범죄자 수도 지난 2013년 5858명에서 지난해 9027명으로 매년 늘고 있다. 특히 정신장애 범죄자의 재범률은 매년 65% 안팎으로 같은 기간 전체 범죄자 재범률인 47%에 비해 훨씬 높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엔 범죄자 처벌 강화를 비롯한 강력한 치안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한 청원인은 “우리나라가 더 안전한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범죄자들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아야 된다”며 “인권 외치며 범죄자의 인권만 챙기지 말고 제발 억울하게 피해본 사람들과 아무 이유 없이 죽어나간 사람들의 인권을 먼저 생각하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단기적인 방안을 마련하기보단 국민들의 불안을 낮출 수 있는 장기적인 치안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정부가 실질적으로 범죄를 줄이는 대책과 함께 불안에 떨고 있는 국민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며 “범죄 예방과 치안 강화이라는 아젠다를 국가정책 우선 순위로 두고 경찰 관련 제도 개선, 민관 협력 프로그램 등 다면적인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국민 불안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 사회의 유대감을 강화하는 것도 국민 불안을 낮출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국민들이 자신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범죄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며 “치안 정책 강화와 함께 지역사회간의 유대관계를 높여 이웃끼리 서로 지켜줄 수 있다는 ‘이웃감시효과’가 생기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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