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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에?”…IP카메라 해킹해 ‘여성 사생활’ 엿본 2030 남성들
뉴스종합| 2018-11-01 12:01
-성생활 영상까지 녹화…영화 700여 편 분량
-대부분 회사원…“호기심에 시작했다” 진술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IP카메라를 해킹해 여성들의 사생활을 엿보거나 몰래 녹화한 남성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청은 웹프로그래머 황모(45) 씨 등 10명을 정보통신망법 및 성폭력특별법 등의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1일 밝혔다.

경찰청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14년 6월부터 지난달까지 가정에 설치된 IP 카메라 총 47만5200여 대의 접속정보를 알아내고 이 가운데 4900여 대를 해킹해 불법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녹화한 영상물 용량만 무려 1.4Tb로 이는 영화 700~800여 편에 달하는 분량이다.

이들 대부분 20~30대 회사원으로 기혼 외국인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IP 카메라 사용자들이 대부분 초기 설정된 비밀번호를 그대로 사용하거나 보안 소프트웨어를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지 않은 점을 노린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반려동물 사이트 회원이었던 황 씨는 우연히 자신의 IP 카메라가 해킹된다는 사실을 알고 IP 카메라 보안의 취약점을 이용해 2014년부터 남의 IP 카메라에 무단 접속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지난 9월 반려동물 감시용 IP카메라 판매하거나 감시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던 반려동물 사이트를 해킹해 회원 1만6000여 명의 개인정보를 빼냈다. 이 가운데 1만2000여 개의 IP 접속정보를 추가 유출한 뒤 IP 카메라 264개에 무단 접속해 영상을 녹화했다.
황 씨는 ‘줌’ 기능이나 ‘각도’ 조절 기능을 이용해 여성들의 영상만 골라 본 것으로 조사됐다. 영상에는 성관계 모습 등 사적인 내용이 대부분인 것으로 드러났다.

황 씨는 영상을 소장만 할 뿐 이를 유포하거나 유통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계속 수사 중이지만 현재까지는 영상물을 유포하거나 판매한 정황은 없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지난 주 황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범행 사실을 모두 시인하고 증거물이 모두 확보됐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나머지 9명은 인터넷에서 입수한 해킹프로그램으로 IP 카메라에 무단접속하고 불법녹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호기심에서 시작했지만 자신의 의지대로 끊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진술했다.

IP 카메라 피해자 모두 해킹이나 불법촬영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유포 여부 수사를 계속하는 한편 반려동물사이트 운영업체에 대해 전기통신사업법상 부가통신사업자 신고 없이 정보통신서비스를 제공한 혐의로 입건했다. 개인정보 보호조치 의무 등 관리소홀 여부에 대해서는 방송통신위원회에 통보해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다.

경찰은 “IP카메라 구입 당시 설정된 기본 계정(admin, user, root)이나 초기 비밀번호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을 피하고 안전한 비밀번호로 재설정한 후 수시로 변경하는 습관을 들여야 하고, IP카메라를 사용하지 않는 때에는 전원을 끄거나 렌즈를 가려 놓는 등의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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