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 앤서니 잉글리스 [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 |
E.T의 OST를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사이, 지휘자가 자전거를 타고 무대에 나타났다. 캐리비안의 해적을 연주할 때는 해적 코스튬으로 무대에 서고, 스타워즈 OST가 흐르면 객석에선 스톰트루퍼(Stormtrooperㆍ제국군)가 등장한다. 이 지휘자는 슈퍼맨을 연주하기 전, 멀쩡한 셔츠를 찢고 슈퍼맨으로 변하는 퍼포먼스도 선사한다. 관객들이 공연내내 흠뻑 빠져 든 건 당연한 일이다.
앤서니 잉글리스의 ‘한스 짐머 vs 존 윌리엄스’ 공연 장면 [앤서니 잉글리스 공식 홈페이지] |
슈퍼맨 복장을 한 존 윌리엄스(왼쪽)와 스타워즈의 광선검을 들고 나타난 앤서니 잉글리스 [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 |
영국 출신인 한스 짐머는 전자음악 사운드와 정통 오케스트라를 통합 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미상 4개, 크래시컬 브릿 어워드, 골든 글로브와 아카데미 상을 수상했다. 2000년 이전엔 화려한 오케스트라에 신디사이저를 사용해, 단순한 화성위에 독특하고 강렬한 멜로디를 만들어 냈다면 2000년 이후엔 더 넓은 영역으로 확장한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과 주로 작업하면서 영화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려는 요소가 많이 도입됐다는 평을 받는다.
미국 출신 지휘자이자 작곡가이며 피아니스트인 존 윌리엄스는 영화음악계 미다스의 손으로 꼽힌다. 특히 ‘스타워즈:새로운 희망’은 2005년 미국 영화연구소로부터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화음악’으로 꼽히며 극찬을 받기도 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주로 작업하면서 사운드 트랙이 단지 영화 배경음악이 아닌 영화를 살아 숨쉬게 한다는 것을 입증하기도 했다. 이렇듯 둘의 음악은 서로 다른 성격을 띄지만, 영화음악이라는 장르를 공고히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엔딩크레딧과 함께 사라지는 일회성 음악이 아니라, 영화에 대한 강렬한 인상을 선사하고 음악만 들어도 영화 장면과 추억을 상기시킨다.
‘한스 짐머 vs 존 윌리엄스’ 공연이 더욱 특별한 건 지휘자 앤서니 잉글리스 때문이기도 하다. 쇼맨십이 강한 잉글리스는 각종 분장과 무대장치, 레이져 쇼 등을 통해 관객을 순식간에 무장해제 시킨다. 전통적 클래식 콘서트가 아니라 ‘콘서트쇼’라는 평도 나온다. 영국 4대 오케스트라(런던 심포니, 로열 필하모닉, 런던 필하모닉, 필하모니아)를 지휘한 것을 포함, BBC 오케스트라, 멜버른, 시드니, 고텐부르크 등 세계적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실력파 지휘자기도 하다. 현재는 영국 런던 콘서트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공연을 기획한 롯데콘서트홀은 “지난 여름 진행한 ‘스타워즈 인 콘서트’ 등 필름 콘서트의 흥행에 힘입어, 더 많은 사람이 클래식을 즐길 수 있길 바란다”며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은 물론 전통 클래식 팬들에게도 흥겨운 자리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