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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불법광고물 봐주기 논란
뉴스종합| 2018-11-05 11:15
불법 현수막 72%, 구·정당 게재
단속 대비 벌금 부과률 1% 미만
과태료 물리는 일 거의 없어
“이해관계 얽혀 처분 어려워”


불법 현수막 4개 중 3개는 공공기관이 내건 것으로 나타났다. 질서 확립에 솔선수범해야 할 공공기관이 법 어기기에 앞장선 셈이다. 그런데도 공공기관은 과태료를 무는 일이 거의 없어 봐주기 행정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서울시 불법광고물기동정비반의 올해 3~9월 불법 현수막 단속실적에 따르면, 정비 4456건 중 72.0%(3209건)가 행정(구청)ㆍ정당ㆍ관변단체 등 공공이 게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관변단체 1259건, 정당 1007건, 행정 943건 순이었다. 정책 홍보, 집회ㆍ행사 안내 등 내용이 담겼다. 1247건만 민간이 내건 상업용이었다.

현수막은 자치구 승인을 받고 내걸거나 자치구가 지정한 게시대에 게재하지 않을시 불법으로 본다. 시야 방해, 도시미관 저해 등에 따라서다.

정비반의 2016년과 지난해 불법 현수막 단속실적도 비슷하다. 각각 정비 3090건, 7600건이 이뤄졌고 이 가운데 공공 게재가 70.2%(2171건), 70.8%(5382건)로 나타났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로 봄과 가을, 선거철에 단속이 이뤄진다”며 “지역 행사ㆍ축제가 집결되는 9~11월에 단속 실적이 가장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기간 정비반의 단속 실적으로 보면 은평구에 특히 불법 현수막이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은평구에서는 모두 538건을 단속돼 자치구 25곳 평균(178.2건)의 3배를 웃돌았다. 단속은 갈현동 연신내물빛공원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집중됐다. 단속 수가 가장 적은 서대문구(29건)보다 6.4배 많다. 은평구 다음은 노원구(370건), 송파구(320건), 성동구(264건), 양천구(259건) 순이었다.

단속 실적 중 불법으로 내건 공공 현수막 철거 비율이 특히 높은 곳은 동대문구로 정비 187건 중 96.2%(180건)가 행정ㆍ정당ㆍ관변단체 등 소유였다. 이어 강남구(145건 중 139건, 95.8%), 중랑구(219건 중 203건, 92.6%), 금천구(205건 중 175건, 85.3%) 등이 뒤따랐다.

불법 현수막 주인 대부분이 공공기관인 가운데, 단속 수가 많은 자치구가 공공기관에게 과태료도 많이 물릴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은평구가 올해 서울시 정비반의 단속실적 538건에 구청 자체 단속실적 2만7011건을 더한 2만7549건 중 과태료를 매긴 건은 117건으로 0.4% 수준이다. 액수는 1억3570만원이다. 그 다음으로 많은 노원구도 올해 시 정비반 단속실적 370건에 구청 자체 단속실적 6130건을 더한 6500건 중 과태료를 매긴 건은 19건으로 고작 0.2%밖에 되지 않는다. 액수는 302만원이다. 대부분 자치구가 상황이 비슷하다.

과태료 부과는 자치구 고유 권한이다. 단속 대비 과태료 부과 건이 적은 데는 단속 의지가 없거나 구와 관계 정당ㆍ관변단체가 불법 현수막을 많이 내건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자치구 관계자는 “자치구가 공공이 내건 불법현수막에 과태료를 처분한 건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며 “모두 이해관계가 얽혀있기에 처분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최근 공공 불법현수막을 떼오는 시민에게 수거보상금을 주는 정책을 내놓는 등 문제에 대응중”이라며 “실효성 확보를 위해 제도를 지속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이원율 기자/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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