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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서울 맞아?…도심 한복판 ‘중앙아시아 거리’ 아시나요
뉴스종합| 2018-11-07 09:31
서울 중구 ‘중앙아시아 거리’ 모습. [사진=이원율 기자/yul@heraldcorp.com]

-중구 광희동, 러시아ㆍ중앙아시아인 밀집
-1990년대 초 상인들 터 잡고 문화권 형성
-강남ㆍ서초는 미국인, 용산은 일본인 등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지난 6일 찾은 서울 중구 광희동은 이국적인 분위기로 다가왔다. 탁 트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와 아울렛 사이 골목길 안 점포들은 러시아어 등 생소한 언어가 가득 담긴 간판으로 꾸며졌다. 대부분 중앙아시아 음식점과 환전소, 부동산업소 등이었다. 움직이는 내내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들이 귓등을 때렸다.

서울 중구가 러시아인과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인의 집결지로 굳어지고 있다. 또 미국인은 강남ㆍ서초구, 일본인은 용산구, 대만인은 서대문구 등 서울 거주 외국인이 선호하는 주거지역이 국적별로 선명히 구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중구 ‘중앙아시아 거리’ 모습. [사진=이원율 기자/yul@heraldcorp.com]

6일 서울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서울 거주 외국인은 모두 33만5167명이다. 2012년 24만7108명, 2014년 26만6360명 등 계속 느는 추세다.

전체 러시아인(한국계 포함) 2353명 중 24.2%(570명)가 중구에 거주한다. 중앙아시아인 4568명 가운데 19.6%(896명)도 중구에 터를 잡았다. 특히 우즈베키스탄인은 2549명 27.9%(712명)가 둥지를 틀었다. 카자흐스탄ㆍ키르기스탄 등 국적의 주민 밀집도도 높다.

중구에 사는 이들 1세대는 1990년대 초 자리잡은 러시아ㆍ중앙아시아 상인이다. 몇몇이 광희동에 있는 지하철 2ㆍ4ㆍ5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일대에 살림을 차리면서 점차 문화권이 형성됐다. 주변 길은 ‘중앙아시아 거리’라는 이름도 붙었다. 중구에 따르면, 이 일대에만 러시아ㆍ중앙아시아 특화 음식점과 무역중개업체 등 150여곳이 몰려있다.

중구는 이런 지역 특성을 살려 지난해 10월에는 광희동에서 ‘제1회 실크로드 거리축제’도 개최했다. 공연과 퍼레이드를 통해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나라들의 의식주 문화를 공유ㆍ체험하는 행사였다. 

서울 중구 ‘중앙아시아 거리’ 모습. [사진=이원율 기자/yul@heraldcorp.com]

중구가 러시아ㆍ중앙아시아인 집결지라면 강남ㆍ서초구는 미국인의 밀집지역이다. 전체 미국인 2만1956명 중 23.4%(5150명)가 대기업이 몰린 강남ㆍ서초구에서 살고 있다. 특히 강남구 역삼ㆍ청담동을 선호했다. 16.0%(3525명)는 이태원과 용산미군기지가 있는 용산구에 거주한다. 일본인은 5918명 중 17.4%(1034명)가 용산구에 살았으며, 주로 이촌ㆍ한강로동 등에 터를 잡은 상태였다. 대만인은 6436명 가운데 26.8%(1728명)가 서대문구에 둥지를 틀었다.

서울 거주 중국인(한국계 포함)은 모두 23만7899명이다. 이들은 영등포구 18.9%(4만5073명), 구로구 16.1%(3만8434명), 금천구 9.8%(2만3478명) 등 44.9%(10만6985명)가 자치구 3곳에서 살고 있다. 밀집도는 영등포구 대림ㆍ도림동, 구로구 구로동 등에서 높은 편이었다.

서울에 사는 외국인 중 베트남인도 1만10명에 이를만큼 큰 비중을 차지했다. 숫자로만 보면 중국ㆍ미국인 다음으로 많다. 거주 비율은 동대문구 8.7%(880명)가 가장 높고 서초구가 0.9%(92명)로 가장 적었다. 다만 대부분 자치구에서 300~600명씩 사는 등 집결도는 다른 나라보다 확연히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외국인 생활지원단체 관계자는 “지역별 분포 차이는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밀집이 심화될 지역을 유심히 살펴봐야 할 때”고 말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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