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사진=연합뉴스] |
-‘강제징용 재판 부당개입’ 핵심… 박병대 전 대법관 곧 조사
- 공소장 기재 내용 정치권 ‘법관 탄핵’ 논의에도 영향 전망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를 주도한 임종헌(59·사법연수원 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이번주 재판에 넘겨진다. 검찰이 임 전 차장에 대한 범죄혐의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양 전 대법원장 등 관련자들의 수사범위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12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임 전 차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이번주 내 구속기소할 예정이다. 지난달 27일 구속된 임 전 차장은 15일 구속기간이 만료된다.
임 전 차장이 특정 재판부 동향을 파악하거나, 사법개혁을 연구하는 학술단체 활동을 방해했다는 내용은 이미 법원 자체 조사를 통해서도 밝혀졌다. 검찰 수사를 통해 밝힐 핵심 혐의는 지난달 30일 확정판결이 내려진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에 임 전 차장을 비롯한 법원행정처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내용이다. 이 사건에는 차한성(64·7기) 전 대법관과 박병대(61·12기) 전 대법관이 법원행정처장 자격으로 청와대와 대책을 논의한 사실이 드러났다. 차 전 대법관은 7일 검찰 조사를 받았고, 박 전 대법관도 이번 주 검찰에 출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4~2016년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박 전 대법관은 실행행위를 한 임 전 차장과 사법행정권자인 양 전 대법원장 사이를 연결할 ‘키맨’으로 꼽힌다.
검찰은 2014~2015년 대법원이 일본과의 외교 마찰을 우려하는 박근혜 정부의 뜻대로 이 사건 재상고심 선고를 최대한 늦췄다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검토한 방안이 실제 재판에 영향을 미쳤는지 직접 규명하는 대신, 임 전 차장이 행정처 심의관들에게 부당하게 사건 검토를 시켰다는 쪽으로 혐의를 구성하는 ‘우회로’를 택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된다면 박 전 대법관이나 양 전 대법원장으로서는 ‘재판 거래가 없었다’고 방어논리를 펴기가 어려워진다. 다만 사건을 검토하도록 시킨 정도로는 직권남용 혐의 성립이 어렵다고 주장할 여지는 있다.
대법원이 ‘부산 법조 비리 사건’에 개입했다는 내용도 공소장에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임 전 차장은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으로 재직하던 2015년 8월 검찰로부터 부산고법 문모 판사가 건설업자 정모 씨로부터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사실을 통보받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정 씨는 조현오 전 경찰청장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법원행정처는 ‘정 씨와 문 판사 사이에 스폰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의심받고 있으니 항소심은 제대로 진행되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는 내용의 검토보고서를 작성했다. 정 씨는 문건대로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여기에는 고영한(63·11기) 전 대법관이 연루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임 전 차장의 공소장 내용은 정치권이 추진하고 있는 법관 탄핵 논의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형사재판과 탄핵심판은 별개의 절차지만, 검찰이 파악한 사실관계나 주요 관련자들의 진술 내용은 탄핵 논거로 활용될 수 있다. 박근혜(66) 전 대통령 역시 기소되기 전 단계에서 6만 페이지 분량의 검찰 조서를 바탕으로 ‘대통령으로서의 지위를 남용해 사적 이익을 추구했다’는 사유로 파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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