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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탐색] 김 빠진 이수역 폭행사건…‘남혐’ vs ‘여혐’ 온라인 대리전만 후끈
뉴스종합| 2018-11-17 09:01

-경찰, “큰 소란에서 시작된 시비…당사자 조사도 아직 안 해”

[사진=청와대 국민소통광장 국민청원및제안 게시판 청원글]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이수역 인근 주점에서 취객 사이에 발생한 쌍방폭행 사건이 전국민적 사건으로 급부상했다. 사건 자체보다는 사건을 둘러싼 온라인상의 폭발적 반응이 더 큰 기현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청와대 국민소통광장 국민청원및제안 게시판에 14일 올라온 ‘이수역 폭행 사건’이라는 제목의 청원글은 34만건이 넘는 서명을 받고 있다. 해당 사건을 여성에 탈코르셋한 여성을 겨냥한 폭력으로 보고, 상대 남성의 신원을 밝히고 처벌을 촉구하는 내용의 청원글이다.

뒤이어 15일에는 여성들의 처벌을 촉구하는 맞불 청원도 등장했다. ‘이수역 폭행사건의 철저한 수사와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가해여성의 성추행과 모욕죄 처벌을 요청합니다’란 제목의 청원글에도 7만 5000명이 넘는 서명이 쏟아졌다.

해당 여성 입장에서 작성된 온라인 커뮤니티 작성글이 폭발적 이슈로 증폭된 배경엔 검색어 총공(‘총공격’의 준말로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키워드를 조직적으로 검색하는 행위)에 나선 네티즌이 있었다. 총공에 힘입어 ‘이수역 폭행’이 포털 사이트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며 청와대 청원 서명은 순식간에 수십만으로 늘어났고, 사건은 삽시간에 커졌다.

경찰이 관련자 소환조사조차 개시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온라인 여론은 수시로 뒤집히며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사건 초기에는 남성들을 비난하는 여론이 폭발했고, 최초 게재글 내용 중 사실관계가 틀린 부분이 경찰 설명을 통해 드러나면서는 온라인에 최초 글을 게재한 여성이 비판받고 있다.

해당 남성과 여성들의 대리전이 온라인 상에서 치러지는 양상이지만 경찰 조사 결과는 괴리가 있다. 경찰이 현재까지 밝힌 사건의 진상을 종합하면 이번 사건은 성 대결 프레임으로 접근하기에 무리가 있다.

경찰은 16일 온라인에 떠도는 해당 사건과 관련한 내용들이 실제와 다른 부분이 있다며 이례적인 설명 자리를 마련했다. 경찰은 이날 이번 사건이 “술집에서 소란스럽다고 발생한 시비에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진술서에도 상대 성에 대한 모욕성 발언이 있었다고 진술한 내용은 없다고도 덧붙였다.

이날 경찰은 이번 사건이 양측 모두에게 폭행혐의가 있는 쌍방폭행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경찰은 “신체접촉은 여성 쪽에서 시작했다”면서도 “정당방위는 제한적인 경우에만 따져보는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누가 먼저 물리력을 사용했든지간에 상대방을 정당방위로 보기는 힘든 쌍방폭행 사건이란 설명이다.

정당방위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거나 큰 상해를 입는 등의 법익침해를 막기 위해 급박한 상황에서 방어적으로 행동하는 경우에만 인정된다. 현재 사건 관련자인 A(21)씨 등 남성 일행 3명과 B(23)씨 등 양측은 모두 피의자 신분이다. 쌍방폭행으로 양측 모두 경찰에 불구속 입건돼 있다.

남은 쟁점은 여성이 계단에서 넘어지며 입은 상해와 남성의 행위 사이에 얼만큼의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 정도다. 쌍방 폭행이라도 피해 경중에 따라 한쪽은 폭행, 다른쪽은 상해 혐의가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당시 상황을 두고 양측의 주장은 엇갈리고 있다.

상대 성별이 모욕감을 느낄만한 발언이 있었는지도 남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모욕죄를 따져볼 소지가 있어서다.

현재까지 공개된 영상만 놓고 보면, 여성 쪽에서 남성을 향해 모욕감을 느낄만한 발언을 하는 모습만 확인됐다. 남성 측이 여성을 향해 문제 소지가 있는 발언을 했다는 증거는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경찰은 가까운 시일내 양측 조사일정을 결정하고 소환통보할 예정이다. 경찰은 향후 주점 내부를 찍는 CCTV 영상와 함께 양측이 촬영한 동영상을 비교해 종합적으로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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