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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한기정 보험연구원장] 인공지능, 빅데이터…그리고 금융산업
뉴스종합| 2018-11-23 11:15
인간은 자신의 근육보다 훨씬 큰 힘을 낼 수 있는 동물, 그리고 기계를 이용해 획기적인 생산성 증대를 이뤄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들이 등장하면서 인간의 근육을 대신하던 기술발전의 양상은 이제 인간의 두뇌를 대신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AI는 이제 유통업체를 이용하는 10대 고객의 임신사실을 부모보다 먼저 알고, 사회관계망 서비스에서 사용자가 누른 ‘좋아요’를 분석하여 사용자의 성향을 배우자보다 더 잘 파악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하였다.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놀라운 기술들은 향후 지식 및 서비스를 자산으로 하는 금융 및 보험산업에도 큰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금융회사들은 AI와 빅데이터 활용을 위해 어떠한 부분을 준비해야 할까?

첫째, 구체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AI은 도깨비방망이가 아니다. AI가 바둑에서 인간 최고수를 이기고, 영상정보를 활용한 환자 진단 등에서 전문의를 능가하는 정확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바둑이나 특정 질병 진단처럼 구체적인 영역에서만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인간처럼 여러 가지 영역을 포괄하는 종합적 사고가 가능한 AI의 등장시기는 빨라야 2030년 이후로 예상하고 있다. AI 도입에 앞서 어떤 업무에 활용할 지에 대한 구체적인 목적과 계획이 없다면 생산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밖에 없다.

둘째, 구체적인 목적과 계획에 맞는 데이터 확보 및 집적에 힘써야 한다. AI 활용의 세 가지 요소는 AI의 논리능력과 계산능력 그리고 AI를 목적에 맞게 활용할 수 있도록 훈련시키는데 필요한 데이터를 들 수 있다. AI 자체는 기술기업 등 외부로부터 사오거나 빌려서 사용할 수 있지만 목적에 맞는 데이터는 외부로부터 얻기가 매우 어렵다. 세계 최고 수준의 AI 기술과 활용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구글조차 “우리가 경쟁업체보다 나은 것은 기술이 아니라 데이터를 더 가진 것뿐이다.” 라고 말할 정도다.

셋째, A가 고객과 만날 수 있는 플랫폼을 확보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AI 서비스도 고객과의 접점을 확보하지 못하면 이를 제공할 수 없다. 우리에게도 친숙한 미국의 장난감유통 왕국 토이저러스(ToysRus)는 급격히 성장하는 온라인 시장에서 플랫폼을 확보하지 못해 결국 파산에 이르렀다. 온라인 시장에서 플랫폼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다.

농업혁명 이후 짐승의 근육을 활용해 잉여생산물을 얻은 계층은 지배계층이 되었고, 그렇지 못한 계층은 피지배계층이 되었다. 산업혁명의 새로운 기술을 활용한 서구열강은 이후 세계를 지배하였으며, 그렇지 못한 나라들은 그들의 지배를 받게 되었다. 새로운 변화는 이에 적응한 자에게 큰 보상을 하고, 그렇지 못한 자에게는 큰 시련을 내렸다. 우리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변화인 4차 산업혁명의 문턱에 서있다. 그리고 이에 적응한 승자가 될지 그렇지 못한 패자가 될지는 우리의 선택의 몫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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