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알코올의존치료센터장(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이 알코올 의존증 환자 가족들과 병원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알코올 의존증 관련 교육을 하고 있다. [제공=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
날이 갈수록 경쟁이 심해지는 사회생활 속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 많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우울, 불안, 불면증 등의 증상이 생기게 된다. 이때 술 한 잔으로 털어 버리려는 욕구가 생기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렇게 한두 잔씩 마시는 술이 날마다 이어진다면 알코올 의존증(알코올 중독)으로 발전될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최근 만난 이수정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알코올의존치료센터장(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날마다 (술을)한 병 이상 마신다면 술 생각이 안 난다고 해도 알코올 의존증일 가능성이 크다”며 “(알코올 의존증)환자는 스스로 음주 욕구를 통제할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환자 가족도 술을 못 끊는 환자를 의지 박약으로 몰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센터장과 일문일답.
▶알코올 의존증이란=음주를 반복한 결과 알코올에 대한 내성이 일어나 음주량이 늘고 갈망이 일어나 음주 욕구를 통제할 수 없는 상태다. 결국 건강을 해치고 직업적ㆍ사회적 적응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알코올 의존증의 주된 증상은=본래 의도보다 많은 양의 음주를 하게 된다. 한 번이라도 음주 양을 줄이거나 음주를 중단하려는 시도도 실패하게 된다. 음주에 많은 시간을 보내거나 음주 후유증 때문에 고생하게 된다. 술을 마시고 싶은 갈망 때문에 다른 생각을 할 수 없게 된다.불면, 안절부절못함, 메스꺼움, 식은땀, 두근거림, 경련, 혼동, 환각 등 금단 증상이 나타난다.
▶술을 많이 마시면 어떤 문제가 생기나=기억력 감퇴, 운동 조절 장애에 따른 보행ㆍ판단력 장애가 생긴다. 음주나 그 후유증 때문에 직무나 학업에 지장이 생기고, 직업은 물론 사회에서 역할과 책임감이 줄어든다. 가족ㆍ친구 관계에 문제를 일으키는데도 계속 음주하게 된다. 술을 마시려고 관심이 있거나 즐거움을 주는 활동을 포기하거나 줄이게 된다. 운전, 수영, 기계 사용, 성관계 등을 할 때 다칠 위험을 한 번 이상 겪게 된다. 음주 탓에 우울ㆍ불안해지거나 다른 건강 문제가 발생해도 계속 술을 마시게 된다. 이른바 ’필름 끊김‘을 겪은 후에도 계속 음주하게 된다.
▶하루 한두 잔 정도 마시고, 술 생각도 안 나는데 알코올 의존증인가=매일 하루 한두 잔 마시는 것으로 알코올 의존증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거의 매일 마시면 주량이 늘 수밖에 없다. 날마다 꾸준히 한 병 이상 마신다면 술 생각이 안 난다고 해도 알코올 의존증일 가능성이 높다.
▶알코올 의존증 환자는 어떤 정신 자세를 가져야 할까=음주 욕구를 스스로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를 자극할 상황을 피해야 한다. 음주 이외의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 하루하루 잘 살아 넘긴다는 자세로 생활해야 한다. 순간의 쾌락보다 보람되고 가치 있는 삶을 추구하는 자긍심을 회복해야 한다. 단주 프로그램이나 알코올 중독자 자조 모임에 참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환자 가족이나 지인의 바람직한 태도는=단주를 못 하는 알코올 의존증 환자를 의지 박약으로 몰지 말아야 한다. 단주 시 한 번에 모든 것을 해결하기를 기대하지 말고 포기하지도 말아야 한다. 가족도 건강하지 못한 생활 습관이 있을 수 있으므로 자기 성찰과 치유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알코올 중독자 가족 자조 모임에 참여하는 것을 추천한다.
▶알코올 의존증은 치료 가능한 병인가=알코올 의존증 자체, 특히 술에 대한 갈망은 거의 평생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충분히 이를 극복할 수 있다.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은 알코올 의존증 치료를 위해 입원 대신 외래 형식의 낮 병동을 운영한다고 들었다=개방성 때문에 환자의 자발성과 능동성을 키우는 장점이 있다. 낮 병동에서는 프로그램 진행 기간(8주) 동안 매일 음주 갈망에 대해 연습하게 된다.
부천=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