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EPA연합뉴스] |
미국, 중국 지원했으나 지금은 적수
시진핑, 내부는 억압 외부는 확장…트럼프와 대립
[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1978년 12월18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제11기 3중전회는 현대중국사의 전환점이었다. 마오쩌둥(毛澤東)을 이어 최고지도자 자리에 오른 덩샤오핑(鄧小平)은 개혁개방 노선을 공식적으로 천명한다. 그리고 40년 후, 중국은 미국과 세계 최강국 지위를 놓고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다. 양국의 치열한 경제ㆍ군사 대결 속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다음달 1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회담에서 만난다.
두 정상의 만남이 격화되는 미중 전쟁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높지만, 돌파구를 찾지 못할 것이라는 회의적 시각도 만만치 않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AP연합뉴스] |
중국이 개혁ㆍ개방 정책을 추진한 40년 동안 미국의 역대 지도자들은 중국의 발전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 중국의 성장이 곧 미국의 경제와 안보에 도움이 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중국은 미국을 위협하는 강력한 적수로 부상했다.
싸구려 장난감이나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드는 제조대국이 아니라, 첨단기술에서도 미국을 위협하고 있다. 국제 패권구도에서 중국의 파이는 날로 커지고 있다.
이미 강국이 된 나라는 ‘수성’을, 도약하는 나라는 ‘도전’에 힘을 쏟기 마련이다. 미국은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으려 하고, 중국은 미국을 추격하는 것이 아니라 넘어서려고 하면서 G2의 갈등은 이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실패를 거부하는 땅’이라는 분석 기사에서 한때 고립된 변방의 나라 중국이 부동산보유자ㆍ인터넷사용자ㆍ대학졸업생ㆍ억만장자 등에서 세계 1위로 올라섰다며 중국의 독특한 발전 모델이 성공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1984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은 막 정치ㆍ경제적 투쟁에서 벗어나 변화를 모색하는 시기였다. 여전히 인구의 4분의 3이 극빈층이었고 무엇을 먹을지, 얼마를 받을지, 어디서 일할지 조차 정부가 결정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중국 지도자들의 장기적인 안목과 추진력, 그리고 운(?)까지 더해지면서 중국은 이제 미국을 위협하는 G2로 부상했다.
중국이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할 때만 해도 서방국들은 경제가 발전하면 민주화가 자연스럽게 꽃피울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서방의 예상과 달리 중국은 경제를 개혁하고 문호를 개방하면서 민주화는 포기하는 중국식 발전 모델을 탄생시켰다.
이와 함께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야한다’는 신중한 자세로 선진국의 시스템을 받아들였다. 젊은 공산당 간부들을 미국 등 선진국에 보내 경제시스템을 배우게 하고, 교육에 막대한 투자를 했다. 현재 매년 중국에서 배출되는 이공계 대학 졸업생은 미국과 한국ㆍ일본을 합친 숫자보다 많다.
미국 미시간대 훙위안위안 정치학 교수는 “미미하고 점진적인 변화가 거대한 변혁을 일궈낸 것”이라며 “민주주의 특색의 독재정권이라는 독특한 하이브리드시스템이 성공했다”고 지적했다.
13억 인구의 거대 시장은 세계 각국의 투자를 흡인했다. 특히 홍콩ㆍ대만ㆍ싱가포르의 화교 자본은 중국의 경제 성장에 지대한 공을 세웠다.
하지만 대만은 이제 땅을 치고 후회하고 있다. 중국 시장에 앞다퉈 진출하며 동반 성장했지만 중국 의존도가 커진데다, 중국에 흡수 당할 위기에 직면했음을 깨달으면서다.
미국도 대만과 비슷한 심정이다. 미국은 중국을 국제시장에 편입시키고자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에 찬성하고, 중국의 가장 큰 고객이 됐다.
하지만 이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자신들의 기술과 일자리를 빼앗아 갔다며 맹렬히 공격하고 있다. 미국의 한 관리는 “중국의 WTO 가입으로 역사상 가장 큰 ‘부(富)의 전이’가 일어났다”는 평을 내놓기도 했다.
NYT는 중국으로 인해 미국에서 약 2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고, 일자리를 잃은 지역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표를 던졌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시진핑 정권은 권위주의 정권을 더 공고히 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그러면서 외부로는 확장 전략을 펼치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국제무대에서 발을 빼는 트럼프 대통령과 대립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hanir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