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지
‘굿걸’ 애니, 어려워도 희망 잃지 않는 유쾌한 소녀 vs ‘노티걸’ 마틸다, 부당한 폭력에 맞서는 당당한 소녀
라이프| 2018-11-30 11:36
상반된 소녀 주인공 뮤지컬 두 편…어느 한쪽 편들기 힘들 정도로 매력 넘쳐
애니, 12월 15일~30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마틸다, 내년 2월 10일까지 LG아트센터

여기 두 명의 사랑스러운(?) 소녀가 있다.

한 명은 긍정에너지가 넘친다. 대공황시대, 사정이 어려웠던 부모가 자신을 고아원에 버리고 가지만 그들이 남긴 편지를 천 번도 넘게 읽으며 언젠간 나를 데리러 올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친구들과 가끔 싸우고, 히스테리부리는 고아원 원장과 트러블도 있지만 그래도 씩씩하게 이겨낸다. ‘오~ 해가 떠요 내일엔 꿈꿔왔던 희망을 걸어요 간절히 / 오~ 생각해요 내일은 근심 걱정 사라질 거예요 모두다 / 내가 울적하고 외로울 때엔 나는 턱을 들고 힘껏 외쳐…투마로(Tomorrow), 투마로, 난 너를 사랑해 널 내일 볼 수 있어’라고 노래부르며. 착하고 긍정적이고 씩씩한 소녀다.

다른 한 명은 말썽꾸러기다. 혼자서 글을 떼고, 암산도 척척, 도서관에서 고학년의 책을 읽을 만큼 똑똑하지만 어른들에겐 그저 잘난척하는 밉살스러운 존재다. 그러나 이 소녀는 지지 않는다.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들에겐 본드 테러, 염색약 테러를 자행하지만 걸리지 않을 정도로 영악하기도 하다. 부조리와 불의 앞에선 결코 물러서지 않고 결국 자신이 원하는 것을 쟁취해 낸다. “불공평하고 또 부당할 때 한숨쉬며 견디는 건 답이 아냐/ 꾹꾹 참고 또 참으면 보나마나 날 잡아 잡수라로 다 포기하는 것/ 옳지 않아 옳지가 않아 똑바로 해야지 누구도 나 대신 해주지 않지/ 내손으로 바꿔야지 나의 얘기 때론 너무 필요해 약간의 똘끼” 까칠한 소녀의 일성이다.

소녀 주인공 뮤지컬 두 편이 연말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뮤지컬 ‘애니’와 ‘마틸다’다.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착한 아이에겐 좋은 일이 생길거라는 ‘애니’와 불의에 가득찬 세상은 내가 바꾼다는 ‘마틸다’. 상반된 캐릭터지만 어느 한 쪽 편을 들기 어려울 만큼 나름의 매력이 넘친다. 바라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애니’도 부당함에 지지 않고 목소리를 내는 까칠하지만 어딘지 귀여운 ‘마틸다’도 모두 해피앤딩이길 바라는 어른 관객의 입장이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뮤지컬 ‘애니’는 오는 12월 15일부터 3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2007년, 2010년, 2011년 공연 이래 7년만의 재공연이다. 지난 9월 공개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유시현, 전예진 등 아역배우와 뮤지컬 무대에서 처음으로 연기하는 배우 변정수, 드라마와 공연을 넘나들며 활동하는 배우 박광현 그리고 주성중, 박선옥, 왕은숙, 이경준, 이연경, 허도영, 유미 등 서울시뮤지컬단 배우가 참여한다. 애니를 괴롭히는 고아원 원장 미스 해니건을 맡은 변정수는 “뮤지컬 꿈을 꿀만큼 긴장하고 있다”며 “아이들한테 당하기도 하지만 똘끼, 위트, 야망있는 해니건을 만들어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여러번 무대에 올렸던 작품으로, 편안하게 관객에게 다가올 것으로 기대된다. 역대 무대중 가장 화려한 무대세팅도 또다른 관람 포인트다.

지난 9월 8일부터 LG아트센터에서 공연중인 뮤지컬 ‘마틸다’는 내달 12일이면 100회 공연을 맞는다. 영국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가 제작한 뮤지컬로, 세계적 동화작가 로알드 달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소녀 마틸다가 부모와 학교 교장의 부당함으로부터 맞서 싸워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사이다’같은 스토리를 담았다.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네 명의 마틸다(황예영, 안소명, 이지나, 설가은)와 김우형, 최재림, 최정원 등 총 46명의 배우가 출연한다. 100회 가까이 공연을 이어오며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가 원숙해졌다는 평이다. 비영어권 최초, 아시아 최초로 공연되는 라이선스 버전으로 원작의 언어 유희를 제대로 살린 번역과 넘버들이 화제가 되고 있다. 공연은 내년 2월 10일까지 이어진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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