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SKY캐슬’에 열광한다
엔터테인먼트| 2018-12-24 14:39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JTBC 금토드라마 ‘SKY캐슬’에 시청자들이 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입시 교육 현실의 부조리함을 적나라하게 까발리는 이 드라마는 자극적인 내용도 포함돼 있지만, 학부형으로부터 수억원을 받고 자녀의 입시 스케줄을 관리해주는 입시 코디네이터나, 수험 기계로 살고 있는 아이들 등 입시 현실을 잘 묘사하고 있다. 현실감을 살려내면서 핍진성을 갖추게 돼 시청자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그게 작가의 실력이다.

사실 입시 현실의 문제를 다룬 드라마는 그동안 수없이 있어왔다. ‘학교’가 제목에 붙는 청춘드라마는 거의 입시 위주의 교육의 병폐를 지적한다. 입시 기계로 사육되는 학생들과, 그 시스템에서 벗어난 학생들이 보호받지 못하고 일탈하는 이야기는 단골 소재였다.

하지만 ‘SKY캐슬’은 이를 단도직입적으로 다룬다. 오랜 취재를 통해 구체적인 스토리를 잘 뽑아냈다. '금수저 전형'으로 불리는 학종(학생부종합전형)의 민낯도 잘 드러난다. 리얼리티가 높아지면서 극화가 돋보이게 됐다.

가령, 입시 코디네이터 주영(김서형)이 팀을 이룬 선생들을 세워놓고 “여러분은 선생님이 아닙니다. 성적 트레이너일 뿐입니다. 그 누구도 당신들을 은사로 생각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한다. 작가는 이런 식으로 캐릭터의 특성을 명확하게 뽑아낸다.

한서진(염정아)의 딸인 강예빈과 친구들이 편의점에서 과자를 훔친 후 옥상에 올라가 그 과자를 밟고 소리지르면서 불꽃놀이를 한다. 엄마가 따로 편의점에 와 주인에게 돈을 지불하기 때문에 문제는 안생긴다. 상류사회 아이들의 스트레스 해소법(?)중 하나일 것 같은 이런 팩트 체크 하나도 흥미롭다.


캐슬내에 사는 아빠들의 직업은 의사가 압도적으로 많고, 교수, 검사 등 소위 우리 사회에서 말하는 '전문직' 종사자들이다. 이들은 회사를 부모로부터 물려받는 재벌 자식들과는 달리 공부를 잘해서 일류대회에 진학해 자격증을 따야 기득권층이 될 수 있다. 그러니 아이들을 더 몰아붙인다.

문제는 아빠들이 하나같이 자신과 자기 가족밖에 모르는 이기적이고 지질한 인간들이라는 점이다. 어른이 되었지만 아이에 머물러 있는 미성숙한 인간들이다.

학력고사 전국 수석 타이틀에 서울의대 졸업 등 우등생인 강준상(정준호) 주남대학병원 교수는 황치영 척추센터장을 끌어내리기 위해 안달이 나 있다. 우양우(조재윤) 교수는 그 밑에서 소신은 없고 눈치만 보는 유아적 캐릭터다.

한때 주남대 병원에서 승승장구 했지만 아들에게 숨막힐 정도로 공부를 강요하다가 아들이 서울의대 합격증만 남기고 당신들 아들을 그만하겠다며 가출해버리고, 그 여파로 아내가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가장 불행해지는 박수창(유성주) 전 주남대 기조실장, 황치영 교수를 척추센터장에 임명함으로써 중립적인 인간인줄 알았지만, 그의 인적 관계를 통해 출세의 계기를 마련하려는 송민형(최인호) 주남대학병원 원장 등도 모두 그런 인간이다.

그나마 성숙한 의사는 지방의대 출신 황치영 교수(최원영) 정도다. 여기서 철든 아빠는 가뭄에 콩나듯 한다. 이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인성 교육이나 타인에 대한 배려, 공감에 대한 교육은 없고 시험 잘보는 법, 자격증, 처세 등 온통 기능적인 것에 대한 가르침만 받고 자랐기 때문이다. 정의, 행복, 가치의 소중함을 알 리 없다.

쌍둥이 아들에게 공부방에 가둬놓고 문제를 풀게하는 차민혁(김병철) 주남대 로스쿨 교수가 입시 코디네이터 주영으로부터 어렵게 구한 예상문제 노트를 쌍둥이 아들이 친구들과 돌려봤다고 하자 “적군한테 총을 나눠준 것과 뭐가 달라. 나 빼곤 다 적이야”라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염정아와 입시 코디네이터 김서형(김주영), 윤세아(노승혜), 오나라(진진희), 이태란(이수임)도 입시 현실과 삶을 잘 보여주며 긴장감 또는 깨알 재미를 제공하는 캐릭터다. 각각의 캐릭터들은 과한 부분도 있지만 우리의 자화상인지도 모른다.

‘SKY캐슬’은 일반인과 구분되고 싶고, 특별해지고 싶어 자발적으로 들어온 이들이 이제는 캐슬내에 갇혀버렸다는 느낌이 든다. 그속에서 영재의 가출과 명주의 자살 등 비극이 발생했음에도 이를 해결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러니 제2의 영재나 제2의 명주가 언제든지 나올 수 있다. 영재네 비극을 소설로 써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주겠다는 이태란 같은 캐릭터(이수임)가 많아진다면 우리 교육의 이런 모순과 폐단이 줄어들 수 있을까?  이수임에 대해서는 몰입이 잘 안되고 민폐 캐릭터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던데. ‘SKY캐슬’에 빠져들다보면 그런 생각도 하게 된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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