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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불 착공식” 한국당 빠진 남북 철도ㆍ도로 연결 착공식
뉴스종합| 2018-12-26 10:06
- 보수 결집 위한 전략적 판단…‘평화 역행’ 지적도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헤럴드경제=이태형ㆍ박병국 기자]26일 남북 철도ㆍ도로 연결 착공식에 국회에서는 여야 5당 중 자유한국당만 참석하지 않았다. 이번 착공식 등 남북협력기금 예산 내역을 정부가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를 들고 있지만, 여권과의 확실한 대립각을 세워 보수세력의 결집 효과를 노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날 오전 개성 판문역에서 열리는 남북 철도ㆍ도로 연결 사업 착공식에는 주승용 국회부의장(바른미래당)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가 참석했다. 또 민주당 홍영표, 바른미래당 김관영, 민주평화당 장병완, 정의당 윤소하 등 한국당을 제외한 4당 원내대표가 참석했다.

한국당은 이날 착공식 참석 대신 국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ㆍ중진의원 연석회의를 열었다.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은 이날 회의에 앞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참 희한한 착공식이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때문에 실제 공사는 시작할 수도 없고, 최악의 경우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영영 공사를 시작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 공사의 착공식”이라며 “그야말로 착공식을 가불한 셈인데, 국가의 격이 이래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적지 않은 돈까지 써가면서. 상장기업 같으면 주가조작 의혹을 받을 일”이라고 밝혔다.

앞서 한국당은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 편성한 1조원 규모의 남북협력기금 예산 가운데 65% 규모의 사업 내역을 비공개로 지정한 것을 두고 ‘대북 깜깜이 예산’이라고 지적해왔다.

착공식 불참의 대외 명분으로 내년 예산을 들고 나왔지만, 이날 불참은 보수 결집을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회 관계자는 “최근 대통령 지지도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정부와 민주당에 호재가 될 수 있는 남북관계 이벤트에 굳이 참석할 이유가 없다”며 “현 정부가 공을 들이고 있는 남북관계 문제에서 민주당과 확실한 각을 세워 당의 존재감을 보여주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야권 일각에서는 이번 착공식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혔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남북 화해와 교류의 역사적 장면에 가슴이 벅차오름을 금할 수 없다. 바른미래당은 주승용 국회부의장과 김관영 원내대표가 참석해 국민 여러분과 함께 남북평화의 길이 성공하기를 기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당의 불참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수 성향의 지지층에서는 단기적으로 유효할 수 있지만, 남북 평화체제가 구축되는 분위기 속에서 한국당이 합리적 보수층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데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지난 10월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는 한국당이 의뢰한 용역 보고서에서 “한국당의 잇따른 선거 패배는 냉전 이데올로기에 의존해 대북 강경 노선만 고수해 중도ㆍ보수 유권자가 이탈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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