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싸한 계피 향의 수정과는 과거에는 곶감이 만들어지는 가을부터 이듬해 2월까지 마셨습니다. 밥을 엿기름으로 삭혀서 달콤한 맛이 나는 식혜도 차게 해서 겨울에 즐겨먹는 음료입니다. 감주로도 불리는데 밥알을 띄워서 먹으면 식혜, 밥알을 걸러내고 국물만 마시면 감주입니다.
수정과와 식혜에는 잣을 띄우는데 이는 영양의 균형을 맞추면서 차가운 음식을 급히 마시지 말라는 의미입니다.
▶ 수정과=조선시대에는 요즘 많이 먹는 건시수정과(곶감수정과)와 수단, 화채, 식혜 등을 모두 포함해 수정과라 불렀습니다.
한식진흥원에 따르면 과일 등을 꿀이나 설탕에 조린 걸 정과(正果)라 하고, 여기에 물(水)을 더해 국물이 있는 정과를 모두 수정과(水正果)라 칭했습니다.
수정과를 만드는 방법은 껍질을 벗겨 얇게 저민 생강과 통계피를 각각 물에 넣고 은근한 불에서 서서히 끓인 뒤 채로 걸러내고 다시 설탕을 넣어 재차 끓이면 됩니다. 먹기 직전에 곶감과 잣을 띄워 차게 해서 마십니다.
과거의 조리법을 보면 19세기 조리서 시의전서는 “좋은 건시를 냉수에 담되 물을 넉넉히 부어 두었다. 흠씬 불은 후 생강차를 진하게 달여 붓고, 화청(和淸)해 잣을 뿌린다”고 설명했습니다.
20세기 조선요리제법은 “생강을 저며 설탕을 넣고 끓인 뒤 항아리에 담아 식힌 뒤 곶감을 넣었다. 그릇에 담을 때 계피와 실백을 띄운다”고 적었습니다.
수정과는 감기 예방과 숙취 해소로 좋습니다. 또 계피의 성분이 혈액순환을 도와 속을 따뜻하게 해주고 위장을 보호해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수정과에는 신맛이 나는 떡이나 과자를 곁들이면 더욱 맛이 깊어집니다. 신맛이 더해지면 수정과에 들어가는 곶감의 단맛과 계피·생강의 매운맛이 더욱 도드라지기 때문이죠.
▶ 식혜=중국 주(周)나라 시대의 예기(禮記)에는 상류 계급에서 마시는 청량음료 중 하나가 감주(甘酒)이며, 감주의 윗물이 예(醴, 단술)라고 나와있습니다. 바로 식혜에 대한 설명입니다.
식혜를 만드는 방법은 우선 보리 싹을 말려 엿기름 가루를 만든 뒤 물을 붓고 주물러 엿기름 물을 우려내 밥알을 삭힙니다. 밥알이 동동 뜨면 그릇에 건져 두고 식혀 먹을 때 밥알과 잣을 띄워서 만듭니다.
예로부터 식혜는 천연 소화제로 쓰였습니다. 한식진흥원에 따르면 엿기름에 들어 있는 당화 효소인 아밀라아제는 밥의 전분에 작용해 말토스와 글루코스 등을 생성합니다. 이들 효소는 소화가 잘 되게 도와줍니다.
이런 이유로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는 명절에는 식혜를 후식으로 마셨습니다. 덕분에 기름진 송편을 먹어도 속이 더부룩해지지 않았죠.
식혜는 설기 등 쪄서 만든 떡과 잘 어울립니다. 쪄서 만든 떡은 달지 않고 담백해서 먹었을 때 달콤한 식혜와 조화를 이루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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