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착제 사용 줄이겠다더니 오히려 권장하는 모양새
부산항을 통해 수입되고 있는 일본산 폐페트병(상)은 비접착식 라벨을 사용, 풍력선별이 용이해 우리나라 재활용업체들이 돈을 주고 사다쓰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재활용되는 페트병(하)은 접착제를 사용해 쉽게 라벨을 제거하기 조차 어렵다. |
[헤럴드경제=윤정희 기자]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고 절취선을 넣은 페트병 라벨이 헤럴드경제 등 언론 보도와 하태경ㆍ송옥주 의원 등 국회의원들의 노력으로 자리를 잡는 듯 했지만, 올해 환경부가 발표한 2019 ‘포장재 재질ㆍ구조개선 등에 관한기준’ 개정고시(안)로 모두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
22일 본지가 입수한 ‘포장재 재질ㆍ구조개선 등에 관한기준’에 따르면 환경부는 페트병에 사용되는 라벨을 재질이나 접착제 사용 유무로 분류해 등급별로 구분하고 있는데, 전세계가 친환경으로 사용중인 비접착식 라벨을 우리나라에서만 재활용이 어려운 등급으로 분류했다.
얼핏 고시안에는 1등급에 비접착식을 포함한것 처럼 보이지만 비접착식에만 특별한 조건을 붙여 사실상 적용이 불가능하도록 꼼수를 부린 것이다. 비접착식 라벨이 1등급으로 인정받으려면 비중 1 미만의 재질을 사용해야 하지만, 현재 세계적으로 개발, 사용되고 있는 비접착식 라벨 중에선 1.03이 가장 낮은 비중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접착식에는 90도로 끓인 양잿물에 15분동안 교반해 97%만 분리되는것도 최우수등급을 주는 솜방망이 조건을 부여해 논란이 되고있다.
이 때문에 전국 지자체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본지 보도(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170425000056)와 몇몇 국회의원들의 노력으로 서울 ‘아리수’와 부산의 ‘순수’ 등 30여개 지자체들도 지난해부터 비접착식 라벨을 도입했지만, 이번 고시안대로라면 2등급 이하로 전락하게된 셈이다. 유통기업인 롯데칠성도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페트병으로 생산되는 전제품을 비접착식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전환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생산현장에서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페트병 제조업체들은 지난해까지 설비를 갖추고 비접착식 라벨을 생산하고자 노력했지만, 최근들어 접착제를 사용한 제품 주문이 크게 늘어나면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환경부의 입장은 당장 비접착식으로 전환할 경우, 재활용업계의 혼란이 가중되고 재활용 과정에서 낮은 시민의식으로 라벨 분리율이 떨어져 비중분리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재활용 선진국인 일본의 경우도, 소비자들이 50%만 라벨을 제거하고 있고 나머지는 선별장에서 풍력선별분리기로 쉽게 분리되고 있었다. 양잿물 분리는 최악의 경우에 사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은 이렇게 분리한 폐페트병을 제값받고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로 수출도 하고 있다.
지난해 본지가 단독으로 보도(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180405000049)한 일본 폐페트병 수입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재활용업체들은 일본에서 수입된 폐페트병은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고 라벨분리가 쉬워 훨씬 수익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수거된 페트병은 라벨부착에 사용된 접착제 등으로 재활용에 어려움이 크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상황이 이러하자 환경부와 사단법인 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의 기업 봐주기를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선진국에서 최우선 적용하고 있는 풍력선별 기준을 빼고 비중분리를 고집하는 것은 특정 해외 접착제회사에 지나치게 유리한 것이 아니냐는 합당한 의심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접착제를 바른 라벨은 풍력선별이 어려울뿐만 아니라 손으로도 떼어내기 어렵다. 특히 접착제가 사용된 페트병 라벨을 제거할 경우, 여성이나 어린아이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 본지 보도(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180628000340) 내용으로도 확인된 접착제 자체의 심각한 유해성 때문에 절대 손으로 만져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친환경ㆍ재활용 정책이 과연 무엇인지 환경부와 관련 기관들은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는다면 국민적 공분에 직면하게 될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cgn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