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문단에서 활발하게 작품 활동중인 작가 29명이 박완서 작가 타계 8주기를 맞아 콩트 오마주 소설집을 냈다. 제목은 ‘멜랑콜리 해피엔딩’(작가정신). 백민석의 ‘냉장고 멜랑콜리’와 백수린의 ‘언제나 해피엔딩’에서 따왔지만 전체를 아우른다.
대여섯장을 넘지 않는 짧은 소설들은 자칫 망가질 것 같은 삶을 붙잡아주는 온기 같은 게 무엇인지 제각각 보여준다.
유머를 잃지 않는 김종광의 ‘쌀 배달’은 회비를 안내도 된다는 말에 얼떨결에 쌀배달 봉사활동에 발을 디뎠다가 주말마다 일거리가 생기는 바람에 아내가 전담하게 된 얘기로 ‘풋’ 웃음짓게 하고. 김성중의 ‘등신, 안심’은 치열한 부부싸움 끝에 피흘린 마음을 책으로 다독이고 등심돈가스로 ‘가정의 평화’ 의식을 치르는 부부의 일상을 통해 얕은 한숨을 토해내게 한다. 백수린의 ‘언제나 해피엔딩’의 주인공 민주는 스물일곱 원했던 것을 하나도 이루지 못했다고 초조해하던 차, 평소 융통성없고 고지식하다고 여긴 박 선생의 “엔딩이 어떻든, 언제나 영화가 다시 시작된다는 것만 깨달으면 그다음엔 다 괜찮아져요”라는 말에서, 차 한잔의 여유를 갖게 된다
소설집에는 박완서 작가와의 인연을 담은 작품도 있다. 함정임은 ‘그 겨울의 사훌 동안’에서 과거 편집자로 일할 당시 원고를 싣기 위해 만났던 작가를 시집간 딸을 갸륵하게 바라보는 친정엄마 같은 모습으로 회고하는가하면, 정세랑 작가는 ‘아라의 소설’에서 아라라는 소설가의 입을 빌려 성과 계급, 쟝르와 세대를 문학으로 아우러낸 박완서 작가를 되살려냈다.
사람살이의 본질을 글쓰기의 주제에서 놓치 않았던 작가정신을 만날 수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