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처음 9개월 연속 내림세
전문가들 “2017년 5월부터 수축국면 진입”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9개월 연속 하락했다. 통계청이 이르면 오는 6월께 경기 수축기 진입 사실을 공식화할 것으로 보인다.
2일 통계청이 지난 31일 발표한 ‘2018년 12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해 4월부터 9개월 연속 하락해 12월 98.1까지 떨어졌다. 동행지수 9개월 연속 하락은 IMF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7년 9월~1998년 8월 이후 20년 만에 처음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2017년 2분기 이후 한국경제가 회복기 없는 하강국면에 진입했다고 판단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2017년 5월부터 선행과 동행지수가 꺾이는 하강국면이 보였다”며 “2017년 5월부터 12월이 후퇴기, 12월부터는 침체기에 들어섰다”고 판단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는 “공교롭게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동행지수가 내림세다”며 “경기 반등 모멘텀이 부재한 상황에서 동행지수는 반등하지 못하고 장기 침체에 빠지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통계청은 경제성장률 등 각종 경제지표의 확정치가 나오는 오는 3월부터 경기국면 전환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명확성ㆍ지속성 등에 대한 분석과 전문가 의견 수렴 등 절차를 거쳐 이르면 오는 6월 경기 정점 시기를 발표한다. 전문가들의 분석대로 2017년 5월을 경기 확장국면의 정점이라고 판단한다면 한국 경제는 이미 수축국면에 진입한 지 2년가량 넘은 것으로 볼 수 있다.
1972년 3월을 저점으로 시작된 우리나라의 경기순환은 2013년 3월 저점을 확인하기까지 모두 10차례의 순환을 거쳤다. 10차례에 걸친 경기순환의 확장국면은 평균 31개월, 수축국면은 18개월로 1차례의 순환에 총 49개월이 걸렸다. 현재는 2013년 3월을 저점으로 시작된 제11순환기에 있으며, 부분적인 등락을 거치며 최장의 경기 확장국면을 경험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경기가 수축국면으로 진입했다는 것이 공식 확인될 경우 정부 경제정책이나 한은 통화정책 방향이 여기에 맞춰져 조정될 수 있다. 기업들의 투자 판단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소비자들의 심리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소비 증가에 따른 관 주도 성장이 이어지고 있는데, 현 추세대로라면 지금이 바닥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오는 5월이 되면 한국 경제는 수축국면에 들어선지 2년째를 맞지만 정부는 여전히 경기 국면 전환을 선언하지 않고 있다”며 “현실을 직시해 제대로 된 경기 판단을 바탕으로 투자ㆍ수출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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