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우스꽝스러운 일이 가능할 정도로 중국의 인터넷 통제는 상상을 초월한다. 중국 당국이 국민 개개인의 인터넷 기록을 지켜보며 메일과 메신저 하나 하나 감시한다. 2014년 홍콩 민주화 시위 당시에는 홍콩에서 중국으로 전송되는 시위 관련 사진이 모두 삭제되기도 했다.
중국이 처음부터 인터넷을 통제한 것은 아니었다. 1994년 신경제체제가 도입되면서 중국에도 인터넷을 통한 자유로운 정보공유가 활발히 이뤄졌다.
중국 당국은 음란물·불법도박 등 ‘위험한 정보’가 국민의 삶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통제를 시작했다. 그리고 국민통제를 통한 체제유지라는 종국의 목적으로 이어졌다.
지금 한국의 모습이 당시의 중국을 꼭 닮아 보이는 건 착각일까. 한국 정부는 음란물·불법도박 등을 차단한다는 이유로 ‘https’(보안접속)에 대한 통제를 시작했다. https는 암호화된 프로토콜로 사용자 개인의 정보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데이터 운송 체계다. 이번 조치는 특정 사이트로 이동하는 통로의 암호를 임의적으로 해제해 접속 자체를 차단한다.
예를 들어, 한 개인이 여러 금고를 가지고 있다고 하자. 어느 날 정부가 나타나 “위험한 물건만 볼 테니까 열쇠 걱정은 하지마”라며 금고 열쇠를 동의도 없이 모두 가져가 버렸다. 그리고는 금고를 마음대로 열어 이것저것 뒤적거린다. 금고를 인터넷 사이트로 본다면 열쇠가 https에 해당하고, 금고 안에 든 자료가 사용자와 사이트 간의 정보로 비유할 수 있다.
사실 이런 방법은 법적으로 감청행위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통신비밀보호법(제2조7항)은 “당사자 동의 없이 통신 내용을 공독하여 지득 또는 채록하는” 행위가 감청에 해당한다고 명시했다.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는 헌법(제18조)에 비춰봐도 문제의 소지가 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의 설명을 들으면 ‘눈가리고 아웅’이라는 말이 곧 떠오른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https를 이용해 인터넷 접속을 차단하는 주체는 인터넷서비스제공자며 차단되는 사이트 리스트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제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는 국민을 감청하고 정부 입맛대로 인터넷을 통제할 여지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그 관계자는 ‘전혀’라는 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방송통신심의원회 위원 9명 중 6명이 여당 추천 인사인 상황에서 과연 정부의 말대로 ‘정부 입맛’에 안 맞는 사이트 검열이 원천 차단될 수 있을까. 또한 매년 국회 국정감사에 쫓기며 정부의 입김에 휘둘리는 통신사가 정부의 요청을 매몰차게 거절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여론이 더 많은 듯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우리는 정부가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며 “정부가 여론의 화살을 통신사와 방심위로 몰아가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중국과 마찬가지로 더욱 강한 통제가 시작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이었던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https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는 더 강한 수단을 찾을 것이고 중국과 같이 VPN 접속 차단까지도 갈 수 있다”고 예견했다.
https 차단 정책을 풀어달라는 국민 청원이 이틀 만에 10만명을 돌파했다. 중국몽(夢)을 외친 문재인 대통령의 종착지가 공산화가 아니냐는 비아냥이 나오는 지금, 정부가 귀를 막고 “우린 안 그럴 테니 믿어주세요”라고 강조한다고 한들 그 말을 믿어줄 국민은 많지 않아 보인다. 국민의 공감을 살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
채상우 미래산업섹션 4차산업팀 기자 12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