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탄력근로제 논의가 결국 성과없이 끝날 것으로 보인다. 17일에도 논의를 거듭했지만 노사 간 팽팽한 대립만 계속됐을뿐이다. 지금까지 진행됐던 7차례의 전체회의가 모두 똑 같았다. 마지노선으로 정한 18일에도 합의안 도출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탄력근로제란 일감이 많을 때 법정 근로시간을 넘겨서 일하는 대신 일감이 적을 때는 근로시간을 줄여 단위 기간 내 평균 근로시간을 주 52시간으로 관리하는 제도다. 현재도 3개월은 가능하다. 경영계는 이 기간을 1년으로 연장해 달라는 주장이다. 정해진 노동 총량은 같다.
탄력근로제가 쟁점으로 부상한 이유는 주 52시간제의 전격 실시때문이다. 당초 정부는 주 52시간제로 근로시간이 줄어드는만큼 고용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하지만 예상과는 정 반대로 기업들이 고용을 줄이는 쪽으로 반응했다. 지금처럼 경직된 노동시장 상황에서 인력을 늘리는 것은 비용 이상의 부담으로 작용하기때문이다. 결국 탄력근로제는 주 52시간근로제의 부작용 완화책인 셈이다.
하지만 한번 얻은 과실은 절대 내주지 않은게 노동계 속성이다. 이번에도 이를 다시한번 증명하는 계기가 됐을 뿐이다. 현대차의 펠리세이드 사태도 마찬가지다.
팰리세이드는 출시 3개월 만에 5만대 계약을 목전에 두는 등 국내 대형 SUV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월 생산량이 4000대에 불과해 지금 신청해도 1년 가까이 기다려야 한다. 노조의 동의 없이는 다른 라인에서 생산 할 수도, 기존 라인의 증산도 불가능한 탓이다. 노조는 근로 강도가 높아진다며 생산 확대에 반대하지만 수당을 더 지급한다면 가능해질 것임은 물론이다.
노동시장의 오늘날 상황이 이럴진데 합의에 의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는 언감생심이다. 경사노위에서도 노동계는 노동 총량과는 무관하게 일을 많이 하면 무조건 수당을 더 달라는 주장이다. 일이 적어 쉴때도 기본 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기본조건이다. 심지어 탄력근로제를 임금 착취의 수단이라고 공격한다. 정부가 탄력근로제 개편을 경사노위에 떠넘긴 것부터 패착이었다는 얘기는 그래서 나온다.
다행히 정부 여당이 탄력근로제에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는 어려운 경제 여건과 산업 현장 고충을 고려할 때 피할 수 없는 과제”라며 “경사노위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국회에서 입법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허언으로 끝나지 않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