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최악 미세먼지 재난②] 변호사 단체도 나서 ‘미세먼지 특별법’ 실효성 비판
뉴스종합| 2019-03-05 10:11
-‘특별법’ 이름만 바뀌었을 뿐 저감조치 내용 똑같아
-저감조치 위반시 제재 형사처벌→과태료 부과 되려 완화
-‘중국발’ 미세먼지 관련 규정 없어… ICJ제소 등 의제화 필요 

제주에 첫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진 5일 오전 마스크를 쓴 어린이들이 제주시청 인근 도로를 걷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지난달 15일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미세먼지법)’이 시행됐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변호사단체에서 제기됐다. 기존 환경 관련 법률과 차별성이 없고, 중국과의 외교적 해결방안에 대한 근거도 마련하고 있지 않아 제대로 된 제도적 뒷받침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한변호사협회(회장 이찬희)는 최근 ‘미세먼지 해결 방안에 관한 법·정책적 접근’ 연구보고서를 발간했다. 대한변협은 ‘환경과에너지연구위원회’ 차원에서 2년 동안 미세먼지와 관련해 10여차례 발표와 토론회를 하고, 화력발전소 시찰을 하는 등 법적 평가 검토를 위한 실무 작업을 거쳤다.

이 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유인호(36) 변호사는 “미세먼지법의 가장 큰 문제는 종래 대기환경보전법상의 규제와 비교해 어떤 유의미한 조치도 찾을 수 없다는 데 있다”고 비판했다. 미세먼지법은 ‘비상저감조치’를 내릴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지만, 기존 대기환경보전법상 ‘대기오염저감조치’와 명칭만 다를 뿐, 다를 게 없다는 게 유 변호사의 설명이다. 

오히려 저감조치를 따르지 않을 경우 제재조치는 완화됐다. 대기환경보전법은 저감조치를 따르지 않으면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형사처벌 조항을 뒀다. 하지만 이 제재조항은 미세먼지법에서 오히려 행정벌인 2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수준으로 낮아졌다. 

미세먼지 대책에 필요한 재원 마련 근거가 마땅치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유 변호사는 “지속적인 정책집행을 위한 예산확보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관해 침묵하고 있다”고 했다. 미세먼지 특별법에서 지방자치단체가 개선사업을 할 때 재원을 국가의 일반회계로 편성할 것인지, 아니면 미세먼지 배출원이나 배출사업장으로부터 부담금을 징수해 특별회계로 편성할 것인지 정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한 정부의 대응의지가 없다는 비판도 비중있게 다뤄졌다. 이 위원회 부위원장인 권오현(38) 변호사는 “2017년 8월 19차 한중일 환경장관회의에서 대기오염 연구, 기술 공유를 확대하자는 공동합의문을 채택했지만 매년 회의마다 나온 선언 수준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면서 “황사나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에 있어 동북아 지역의 가장 시급한 이슈임을 인식하면서도 대응책 관련 협의는 매년 겉돌고 있다”고 밝혔다. 권 변호사는 특히 실무협의 과정에서 중국 측의 소극적인 자세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6월 중국 쑤어주에서 열린 20차 한중일 환경장관회의에서 국경을 넘어서는 ‘월경’ 오염물질에 관한 연구방안을 논의했지만, 한국과 일본은 2013년을 기준으로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제시한 반면 중국은 2010년을 기준으로 삼았다. 

유 변호사도 “미세먼지법은 국내 미세먼지 문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국외요인, 즉 중국발 월경성 미세먼지에 관해서는 어떠한 유의미한 내용도 없다”고 했다. 그는 “적어도 대기환경보전법과 구별되는 미세먼지법을 제정하고자 한다면, 중요한 국외 배출요인인 중국에 대해 침묵할 것이 아니라, 실효성 있는 외교적·국제법적 방안을 고려했어야 했다”며 “연구와 교류, 홍보, 행사 등의 방법만 나열하고 있는 미세먼지법 14조는 환경, 에너지 정책에 대해 그 고민이 얼마나 얕은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규정”이라고 비판했다. 위원회는 ‘월경성 대기오염’에 관해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나 유엔환경계획(UNEP), 세계보건기구(WHO), 세계기상기구(WMO) 등 국제기구 활용을 통해 중국과의 관계에서 이 문제를 의제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jyg97@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