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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엉터리 집값 통계…감정원 “통계시스템의 한계”변명
부동산| 2019-03-21 11:28
서울 아파트 중위값 30% 높아
통계청 승인·검증에도 못걸러내
전문가 “표본 선정과정 오류” 의심
감정원 “관련법 준수해 문제없다”



국내 양대 부동산 통계기관인 한국감정원과 KB국민은행이 발표해온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 통계’가 실제 중위가격보다 30% 이상 부풀려졌음이 확인됐다. 하지만 한국감정원은 관련 규정을 지켜 통계를 구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중위가격 통계는 통계청 검증까지 거쳤지만 오류를 거르지 못해 국가 통계 시스템 전반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한국감정원(이하 감정원)은 매월 발표하고 있는 주택가격동향조사 상의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 통계’가 실제 중위가격과 오차가 있음을 인정했다. 감정원이 발표한 중위가격 통계에는 1월14일 기준 7억8619만원이지만 정부가 서울 아파트를 전수조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의 중간가격은 6억원 전후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아파트를 가격대별로 줄세웠을 때 중간 가격이 지금까지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것처럼 8억원 수준이 아니라 6억원 정도라는 이야기다.

앞서 본지는 국토교통부의 ‘시ㆍ도별 공동주택 시세 수준별 분포 현황’ 자료를 통해 실제 중위가격이 ‘6억원 정도’라고 보도한 바 있다. ▶3월 20일자 20면, 6억이야 8억이야…서울아파트 중위가격 ‘미스터리’ 기사 참고


‘6억원 정도’라는 것은 명확한 액수는 아니지만, 아파트 전수조사를 통해 도출된 것이기 때문에 실제 중위가격에 부합한다. 이는 감정원도 인정하는 지점이다. 감정원의 중위가격 통계는 표본조사를 통해 도출된 것이어서 전수조사에 비해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감정원은 해당 통계를 통계법 등 관련 절차를 준수해서 적법하게 도출했다는 입장이다. 아파트 중위가격 통계는 전국 공동주택 1339만호 중 1만6480호를 표본으로 선정해 구한다. 우선 서울의 각 구별로 표본의 중위가격을 구한 후, 이 수치를 구별 아파트 전체 호수에 따라 가중평균해서 도출한다. 일반적인 중위가격의 개념인 ‘전체 아파트를 가격 순으로 줄세웠을 때 한가운데 순위에 있는 것의 가격’과는 차이가 있다. 표본을 선정하고 가중평균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특히 표본 선정 과정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의심한다. 이동환 감정원 주택통계부장은 “표본은 외부 전문가에게 용역을 줘 객관적으로 선정하며, 아파트의 연식(얼마나 오래된 아파트인지)과 면적을 기준으로 선정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가격대별로 다양한 아파트를 표본에 넣지 못할 개연성이 생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나홀로 아파트 같이 거래가 자주 일어나지 않는 아파트는 시세 산정이 쉽지 않기 때문에 표본에서 빠졌을 수 있다. 이런 아파트는 주로 가격이 낮은 아파트”라고 말했다. 저가 아파트들이 표본에서 빠지면서 중위가격이 올라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감정원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김상윤 감정원 부동산통계처장은 “관련법과 국제기준을 모두 준수해 외부 전문가의 객관적인 검증을 바탕으로 표본 선정 및 산식 도출이 이뤄졌다”며 “전수조사와 표본조사의 오차는 어느 정도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통계시스템의 근본적인 한계를 인정해달라는 것이다. 실제로 아파트 중위가격 통계는 표본 추출 방식과 산식에 대해 통계청의 승인을 받은 국가승인통계이며, 통계청의 주기적인 품질진단을 받는다.

그러나 실제 6억원인 중위가격과 30%나 차이나는 발표의 폐해는 심각하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센터장은 “잘못된 집값 통계는 시장에 이중적인 영향을 끼친다. 서울 집값이 너무 높다는 인식 때문에 정책 당국이 집값잡기 정책을 펼칠 수도 있고, 집값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눈높이를 높여 전체 집값을 오히려 상승시키는 결과를 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감정원 측은 개선방안이 있는지 고민해보겠다면서도 당분간은 오류가 있는 정보를 계속해서 내보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동환 부장은 “2008년부터 계속해서 발표한 것이기 때문에 통계의 연속성상 표본이나 산식을 바꾸는 데 어려움이 있다. 해당 통계에 대한 수요가 많고 통계청의 승인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비공개로 전환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pa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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