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정부, ESS 대책 내놨지만 업계 분통
뉴스종합| 2019-05-02 11:17
6월초에나 육성방안 발표
신규발주 터줄 구체안 없어
중소 설비업체는 고사 직전

정부가 잇단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사고 이후 고사위기에 놓인 관련 시장 정상화를 위한 대책을 내놨지만, 업계 반응은 여전히 냉랭하다. 뒤늦은 대책발표 타이밍은 물론, 신규 발주의 물꼬를 터줄 구체적인 대책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가운데 ESS 관련 대기업은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특히 중소 설비업체들은 고사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일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 및 안전관리 대책 추진현황 및 계획’을 발표하며 현재 진행 중인 실증시험을 조속히 마무리해 6월초 ESS 안전강화방안과 함께 관련 생태계 육성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1월 민관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위원회를 구성한 이후 60여차례의 회의와 지난 3월 관련 업계 비공개 간담회를 거쳤지만 이렇다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부는 “ESS 화재가 발생할 경우 피해가 크고, 많은 기업과 제품이 관련돼 사고원인을 과학적이고 공정하게 규명하기 위해 상당한 시간 소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입장에 업계는 안전성 확보가 최우선이라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시장 자체가 올스톱된 상황에서 이제야 관련 대책 진행 상황을 발표하고, 앞으로 더 시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정부 발표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정부의 이날 대책에 따르면 앞으로 해외 기준 등을 감안해 ESS 설치기준을 개정, KS표준은 5월말까지, KC인증은 8월말까지 정비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사실상 새로운 인증 정비가 완료되기 전까지는 시장의 신규 발주가 제동이 걸릴 수 밖에 없다. 이를 의식한 듯 정부는 “ESS 설치기준(전기설비 기술기준) 개정 전이라도 신규발주가 가능하도록 절차적 지원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유관부처 협의와 검토 과정을 거치려면 최소 몇 달은 더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정부가 6월초 발표하겠다고 밝힌 관련산업 육성 방안에 대해서도 업계의 불만은 쏟아진다. 새로운 육성방안보다도 현재 시행되고 있는 ESS 육성책의 실효성을 강화하는 쪽이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ESS 설치 확대의 기폭제가 됐던 ESS 특례요금제도가 일몰을 앞두고 있다는 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지난 2016년 도입된 ESS 특례요금제도는 공장과 상업시설 등이 피크시간대에 ESS를 이용하면 전기요금을 최대 66%까지 할인해주는 제도인데 오는 2020년 일몰돼 사라지게 된다. ESS시장 확대의 마중물 역할을 해온 이 제도가 중단될 경우 신규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업계의 우려가 커지는 대목이다. 업계에서 이 제도를 2021년까지 일몰 연장해달라고 요구하는 까닭이 이 때문이다.

글로벌 각국이 ESS시장 확대를 위해 각종 규제 철폐와 지원대책을 신설하는 모습과 대조적이다. 미국의 경우 ESS 설치 때 30%의 투자세액 공제 방식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관련 법안이 최근 상하원 의회에 제출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존 태양광 연계 설치 때 지급하던 보조금을 ESS 단독설치나 풍력 등 다른 재생에너지와의 연계에도 적용받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4배까지 늘리겠다며 공언해놓은 상황에서, 국내 ESS산업이 고사될 경우 관련 시장은 해외업체에 잠식될 우려가 높다”며 “조사위의 조속한 사고원인 발표는 물론, 올스톱된 시장이 다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유재훈 기자/igiza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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