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중심 ‘화폐개혁론’ 솔솔
자국통화 위상 제고 등 긍정적
“아직 시기상조” 목소리도 높아
한 동안 수면 아래 있었던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ㆍ화폐단위 변경)에 대한 논의가 다시 정치권을 중심으로 동력을 얻고 있다. 아직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아 시기상조란 여론이 비등하지만, 지금부터 논의가 시작돼야 안정적인 화폐 개혁에 성공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와 이원욱ㆍ최운열ㆍ심기준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명재ㆍ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 등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및 정무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13일 ‘리디노미네이션을 논하다’라는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해 리디노미네이션 논의 필요성에 입을 모았다.
발제를 맡은 임동춘 입법조사처 금융공정거래팀장은 리디노미네이션의 순기능으로 ▷경제ㆍ금융 거래규모의 확대에 따른 불편 해소 ▷자국통화의 대외적 위상 제고 ▷거래단위의 축소로 편의성 제고 ▷화폐 기본단위의 구매력 회복 등을 꼽았다. 역기능으론 많은 직접 비용 유발(자동화기기 교체 등), 상당한 간접 비용 발생(우수리 절상에 따른 물가상승 등) 등을 제시했다.
임동춘 팀장은 “리디노미네이션의 긍정 효과는 계측이 쉽지 않고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는데, 부정 효과는 계량화가 쉽고 단기간에 나타나므로 여론은 부정적인 경우가 많다”며 “2005년 화폐개혁을 단행한 터키의 경우 시행 과정 또는 시행 후 각종 거시경제지표가 안정세를 보이는 등 금융ㆍ경제상 별다른 혼란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론 부작용도 상당하기 때문에 공론화 및 제도 준비기간이 4~5년, 법률 공포 후 최종 완료까지 포함해 약 10년이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의 저물가 상황은 인플레라는 리디노미네이션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낮추는 요인”이라며 “단기적인 경제성장률 제고와 중장기적인 효율성 제고 효과도 기대 가능하다”고 했다.
다른 토론자인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한국경제를 둘러싼 여러 불확실성이 존재하지만 리디노미네이션은 시간이 갈수록 필요성이 커진다는 측면에서 지금부터라도 공론화를 하고 정책투명성을 위한 로드맵을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단, 개혁 과정에서 실물자산이나 금융자산을 많이 보유한 계층만이 수혜를 누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원욱 의원은 “그동안 리디노미네이션은 정쟁의 대상으로 이에 대한 논의를 한걸음도 내딛지 못한 실정”이라며 “이번에야말로 초당적 공론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최운열 의원은 “우리나라 화폐단위는 1962년 개혁 후 57년째 고정돼 있어 곧 환갑이 된다”며 “안 해본 일이기 때문에 걱정하시는 분들도 많지만, 차근차근 준비해서 집행하면 큰 어려움 없이 정착시키고 그 편익은 국민 모두가 누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달러화 대비 환율이 네자릿수인 나라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 중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3월 국회 업무보고에서 리디노미네이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며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경원 기자/gil@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