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뇌파로 화장품 선호도 분석…‘뉴로 마케팅’ 뜬다
뉴스종합| 2019-05-15 11:20
아모레퍼시픽 ‘뇌파측정’ 체험기
관심·편안함 등 5가지 감정 확인
국내선 아모레퍼시픽 초기 단계
관련업계 ‘뉴로 마케팅’ 확산추세


지난 13일 기자가 ‘아이오페 스킨위크’에서 뇌파 측정을 체험하는 모습.

국내 화장품 업계에서 ‘뉴로 마케팅(neuro marketing)’이 부상하고 있다. 뉴로 마케팅은 뇌과학 기술을 이용해 소비자가 무의식적으로 느끼는 심리와 행동을 연구해 이를 제품 개발ㆍ개선, 광고 효과 측정 등에 활용하려는 시도다. 최근 뇌신경 과학의 연구 성과가 급속히 발전하면서 전자ㆍ화장품ㆍ자동차ㆍ이동통신 분야의 대표 기업을 중심으로 뉴로 마케팅이 확산되는 추세다.

국내 화장품 업계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이 뉴로 마케팅을 도입하는 초기 단계다. 아모레퍼시픽 연구개발(R&D) 유닛 ‘고객감성 랩(Lab)’은 뇌신경 과학을 바탕으로 고객 반응을 연구하고 있으며 향후 제품 개발ㆍ마케팅 등 다방면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아이오페 스킨위크’에서 고객들이 ‘뇌파 측정(EEG)’을 경험해 볼 수 있는 공간을 처음으로 마련했다. 지난 13일 본사 1층을 방문해 뇌파 측정을 체험해봤다.

스킨위크 행사장에 들어서자 뇌파 측정을 위한 별도 공간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아이오페 연구원의 안내에 따라 소파에 앉아 뇌파 측정을 위한 헤드셋을 착용했다. 권구상 고객감성 랩 연구원은 “ ‘덴츠 사이언스잼’의 뇌파 장비와 ‘이모션 애널라이저’를 사용해 고객의 실시간 감정 변화를 포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뇌파 측정 화면. 관심(interest)ㆍ호감(like)ㆍ신남(excite)ㆍ스트레스(stress)ㆍ편안함(comfortable) 등 5가지의 감정 지표가 0%에서부터 100%까지 실시간으로 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정확한 측정을 위해 눈을 감은 상태로 1분 동안 대기했다. 눈을 뜨자 이모션 애널라이저 화면에 관심ㆍ호감ㆍ신남ㆍ스트레스ㆍ편안함 등 5가지의 감정 지표가 0%에서부터 100%까지 실시간으로 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책상에 놓여진 향 샘플을 번갈아가며 맡자 각기 다른 감정 지표가 반응했다. 가령 포근하고 그윽한 향을 맡았을 때는 편안함과 관심 지표가 기존 20~30%에서 70~80%로 일시적으로 증가했다. 앰플을 손등에 발라보자 신남ㆍ관심ㆍ편안함 지표가 50~80%로 올랐다가 이내 다시 30~40%로 감소했다.

권 연구원은 “보통 체험이 아닌 연구 목적으로 뇌파를 측정할 때는 고객이 냄새를 맡는 행위에만 집중 할 수 있도록 결과 화면을 공개하지 않는다”며 “이후 시간과 정보가 기록된 데이터를 한꺼번에 저장해 기준치를 설정하고 이를 토대로 분석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아모레퍼시픽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이 뉴로 마케팅을 적극 도입하는 것은 소비자가 무의식적으로 느끼는 감성을 보다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서다. 일반적으로 전통적인 소비자 조사 방법은 정확성이 떨어지는 편이다. 일부 소비자들은 기업의 설문조사에 거짓말을 하는 경향이 있는데다, 스스로도 왜 특정 상품을 선호하는 지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뇌 영상 촬영, 뇌파 측정, 시선 추적 등 뇌과학 기술을 이용하면 소비자의 뇌세포 활성화나 자율신경계 변화를 측정해 소비자 심리와 행동을 이해하고 이를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기아차는 중대형차 ‘K7’의 이름을 뇌과학을 이용해 지었다. 200여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진행해 뇌가 가장 강렬하게 반응하는 알파벳 ‘K’를 선택하고, 여기에 승리를 뜻하는 숫자 ‘7’을 합성해 ‘K7’을 탄생시켰다.

이미 로레알ㆍ켈로그ㆍ코카콜라ㆍ나이키ㆍ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등 글로벌 기업들은 뉴로 마케팅을 신제품 개발, 디자인 개선, 매장 디스플레이ㆍ동선 개선, 웹사이트 사용자 환경(UI) 개선 등에 활용하고 있다.

권 연구원은 “아이오페는 지난해부터 관련 연구를 시작했으며, 향후 뇌파 조사 뿐 아니라 시선 추적 등과 같은 자율신경계 반응 조사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전통적인 인터뷰나 설문 조사를 보완할 수 있는 객관적인 솔루션으로 발전시킬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로명 기자/dod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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