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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기둥 ‘제로’…DDP ‘비밀의 문’ 열다
뉴스종합| 2019-05-24 11:36
개관 5주년 맞아 작동원리 공개
특유 곡선형 외관·無기둥 건물
구멍 뚫린 패널이 숨구멍 역할
패널당 8개 프레임, 공간 지지
첨단 설계·국내 시공방식 산물


DDP 지붕. 세덤 정원과 잔디언덕, 멀리 동대문 상권이 보인다.

“전체 4만5133장의 알루미늄 패널이 똑같이 생긴 게 한 개도 없습니다. 길이, 각도가 다 다릅니다. 패널 하나 하나에 16자리 숫자가 매겨져 유지 관리가 필요할 때는 그 숫자를 불러서 합니다.”

박광춘 스틸라이프 대표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의 외관을 두고 한 설명이다. 서울디자인재단이 24~25일 ‘다시 보는 하디드의 공간 DDP’의 프로그램에 앞서 23일 언론에 먼저 공개한 행사에서다.

개관 5주년을 맞은 DDP는 하나의 거대한 우주선을 연상케 한다. 이라크 출신의 세계적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유작으로 남아 더욱 유명해졌는데, 최첨단 설계와 시공방식이 녹아 들어가있다. 매끈한 알루미늄 패널 외관은 국내 업체인 스틸라이프가 시공했다. 박 대표는 하디드 측 직원의 “니네가 이걸 할 수 있겠어?”란 말에 분개해 시작했다고 한다.

곡면 패널을 설계대로 모양을 만들기 위해 실제 항공기, 선박에 쓰이는 소프트웨어를 활용했다. 박 대표는 “(비정형 건축물인)구겐하임 빌바오의 패널은 0.3㎜로 구겨져 난반사가 많이 발생하는데 DDP의 것은 그렇지 않다. 대신 패널이 손상되면 엄청난 비용이 발생한다”고 했다.

8만5000㎡에 이르는 DDP에는 어떠한 창이나 기둥이 없다. 축구장 반만한 크기의 공간이 공중에 떠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박진배 서울디자인재단 공간운영팀장은 “트러스가 없고 대신 호이스트로 하중을 지탱한다. 교량 건설 시 다리를 들어올리는 구조를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레스토랑의 주방, 런웨이 뒷편의 공간 처럼 DDP에도 30% 가량이 일반에 공개되지 않는다. 거대한 우주선이 작동하기 위한 심장, 허파, 동맥 등에 해당하는 종합상황실, 풍도, 프레임, 스크류냉동기 등이다.

창이 없는 대신 곳곳에 구멍이 뚫린 패널과 숨 구멍 같은 빈 공간, 지하3층에 동서로 길게 이어지는 바람길을 타고 환기가 이뤄진다.

지붕 하부에는 패널 1개 당 8개 가량의 프레임(철골)이 안에서 떠받치고 있는 공간이 있다. 똑같은 패널이 없는 만큼 패널을 받치는 프레임의 길이, 연결 각도도 모두 다르다. 이를 한 개의 볼(공)에 8~10개의 프레임을 이어붙이는 것으로 해결했다. 프레임에는 센서가 부착돼 프레임이 휘거나 떨어지면 이를 종합상황실에 안내, 조치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DDP 공모전 당시 하디드의 설계안은 2층 높이였다. 하디드는 이인문의 ‘강산무진도’, 안견의 ‘몽유도원도’에서 영감을 받았는데, 외부 현실(동대문시장)의 시끄러움과 단절된, 현대 도시인의 도피처, 이상향을 DDP 지붕에서 그리고자 했다고 한다. 그래서 최초 설계안에는 시민들이 언덕오르 듯 지붕에 올라 동대문의 경관을 ‘관조’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실시 설계 단계에서 전시 공간 확보 문제로 인해 현재 대로 4층 높이로 바뀌었다.

지붕에는 사막에서 자라는 식물인 세덤 정원이 있는데, 세덤은 개관 6개월만에 절반 가량이 고사돼 다시 심은 것들이다. 알루미늄 패널이 반사한 열기가 사막만큼 뜨겁다는 얘기다.

서울디자인재단은 건축사적 의미가 큰 건물인 만큼, 그간 안전 등을 이유로 일반에 공개하지 않았던 풍도, 기계실, 지붕 하부, 지붕 등의 공간을 제한적으로 외부에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종의 ‘백스테이지 투어’다. 

한지숙 기자/js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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