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주총장 나흘째 점거농성
금속노조 오늘 울산 대집결
경찰, 60개중대 4200명 투입
현대중공업 노조가 법인분할(물적분할) 임시 주주총회가 열릴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을 나흘째 점거하고 사흘 연속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이날 오후 민주노총 울산본부 주최로 영남권 노동자 결의대회가 한마음회관앞에서 개최될 예정이어서 일촉즉발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29일 한마음회관 앞에서 노조가 집회를 열고 있는 모습. [연합] |
현대중공업의 법인분할 임시 주주총회를 하루 앞둔 30일 노사 대립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주주총회가 열리는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을 나흘째 점거하고 있는가운데 현대자동차 노조 등 민주노총 산하 노동자들이 현대중 노조와 연대하겠다며 울산으로 집결하고 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도 이날 울산으로 향했다. 경찰은 서울 등 전국에서 60개 중대 4200명의 경력을 투입할 계획이다. 문재인 정부 노사분규에 투입된 가장 많은 경찰인력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30일 법인분할 안건을 논의할 임시주총장인 울산 한마음회관에서 나흘째 점거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오후에는 민주노총 울산본부 주최로 영남권 노동자 결의대회가 한마음회관 앞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금속노조 산하 노조 중 규모가 큰 데다 강성으로 알려진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현대차 노조가 한자리에 모이면서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민주노총은 7000명 이상이 결의대회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날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노조는 긴급성명서를 내고 “현대차와 현대중공업은 30년 연대투쟁으로 맺어진 형제노조”라며 “현대중공업의 법인분할 반대 총파업에 가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울에 있는 김명환 민주노총위원장 등 지도부도 울산으로 향했다. 민중당과 정의당 등 진보정당도 현대중공업의 법인분할에 반대하고 금속노조와 연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울산 등 전국에서 모여드는 조합원들이 7000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며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의 투쟁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했다.
29일 오후까지는 노사 충돌 없이 긴장감만 이어지고 있었지만 30일에는 회사가 주총장 탈환에 나서지 않겠냐는 추측이 제기되면서, 노사 충돌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대로 주총을 무산시킬 수 없는 회사로서는 어떤 식으로든 주총장 탈환 시도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울산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이날까지 서울 등 전국에서 60개중대 4200명의 경력을 투입할 계획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통화에서 “근래 노사분규에 이만큼의 경력이 투입된 적은 없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가장 우려 되는 상황은 사측이 고용한 경비인력과 노조원과의 충돌”이라며 “마찰이 생기지 않도록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29일에는 조합원 차량에서 시너와 쇠파이프 등이 사측 보안요원에 의해 발견돼 경찰이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노조 측은 “시너는 현수막이나 깃발에 페인트로 글씨를 쓸 때, 휘발유는 영상차량 발전용으로 사용하고, 쇠파이프는 천막 지지대로 쓰기 위한 용도다”며 “평소 선전 활동에도 활용해오던 것일 뿐이다”는 입장이다.
울산지방경찰청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측은 지난 27일 시설물보호를 경찰에 요청했지만 이날 오전까지 이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경찰은 시설물 관리의 일차적인 책임은 사측에 있다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법적분할을 통해 회사를 한국조선해양(중간지주사)과 신설 현대중공업으로 나눈다는 사측의 안건에 반발하며 지난 28일부터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회사가 법인분할되면 자산은 중간지주회사에, 부채는 신설 현대중공업에몰리게 돼 구조조정과 근로관계 악화, 지역 경제 침체 우려가 있다며 주총을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회사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해 법인분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고용안정과 단체협약 승계를 약속하고 노조에 대화를 촉구하고 있다.
박병국 기자/coo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