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늘어난 길맥족…도심공원은 ‘쓰레기밭’
뉴스종합| 2019-05-30 11:40
연트럴파크·한강 수변공원 등
인근 주민·관리자들 ‘골머리’썩어
현행 ‘길거리음주’ 단속기준 없어


경의선 숲길에 붙은 음주금지 포스터.[김민지 인턴기자/jakmeen@]

“돗자리 한장에 2000원”, “음식시키고, 주민등록증 맡기면 식탁 빌려드립니다” 29일 오후 8시께 마포구 연남동에 위치한 경의선숲길(연트럴파크). 상인들은 지나가는 젊은층에게 물건을 내밀며 호객행위를 벌였다. 상인들에게 돗자리와 음식을 산 젊은층은 잔디밭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연트럴파크 곳곳에 모여든 젊은층은 100여명 남짓. 저마다 잔디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눴다. 현장을 지나는 주민들은 이같은 모습에 고개를 가로 저었다. 지역주민 한모(35) 씨는 “연트럴파크에 강아지를 산책시키러 자주 오는데, 술취한 사람이 항상 많다. 심하게 취한 모습을 보면 너무 괴롭다”고 불평했다.

도심 속 잔디밭들이 ‘소음’과 ‘쓰레기더미’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거리로 나온 젊은층들이 ‘길맥’(거리에서 맥주를 마시는 것)을 즐기면서 생긴 문제다. 젊은층이 많이 찾아다니는 연트럴파크와 한강 수변공원 일대가 문제의 중심에 서 있다. 실제 지난 29일 오후께 방문한 연트럴파크는 술을 마시는 사람들과 사람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로 가득했다. 이에 연트럴파크에서 만난 주민들과, 연트럴파크를 관리하는 서울서부공원녹지사업소(서부사업소) 측의 불만이 컸다.

인근 W 빌딩에 거주하는 직장인 우주미(29) 씨는 “대학교 다닐 때부터 이곳에 살고 있는데, 지난해부터는 밤마다 술마시고 떠드는 사람이 많아 이사를 가야할지 고민을 하고 있다”면서 “활기찬 젊음의 분위기는 좋지만, 지역주민들은 소음때문에 고생하고 쓰레기문제로 한번 더 고생한다”고 털어놨다.

지역주민 김모(72) 씨도 “연트럴파크 음주행위가 보행자들에게 큰 불편을 준다”면서 “술을 마시는 공간이 아니라, 가족들이 나와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공간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역주민 한모(35) 씨도 “금주 시간을 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오후 8시 이후까지 인근에서 음주를 하는 것은 잘못된 것 같다”고 했다.

서부사업소 소속 환경미화원은 “오후 2시부터 오후 9시까지 근무하는데, 토요일이나 일요일 같은 경우는 많을때는 80L짜리 큰 쓰레기봉투로 40개 정도 쓰레기가 나온다”면서 “올해는 지난해보다 덜하지만, 날씨가 더 더워지면 일이 많아질까봐 걱정된다”고 하소연했다.

한강 뚝섬 유원지 인근에서 만난 주민들도 불편을 호소했다. 지역주민 김모(41) 씨는 “한강을 찾는 사람들은 가족단위 이용객이 많다”면서 “술을 많이 먹고 취한 모습이 아이들 교육에는 좋지 않다”고 했다. 성수동에 사는 임원우(28) 씨도 “날씨가 좋아졌는데, 잔디밭은 쓰레기밭이 돼가고 있다”면서 “한강에서는 텐트를 치고 술들을 많이 먹는데 한강공원이 포장마차거리가 된 것 같아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고 했다.

현행법상 도심공원에서 음주 행위를 단속할 수 있는 기준은 불분명하다. 서울시는 ‘건전한 음주문화 조성을 위한 조례안’으로 도심 음주행위를 관리하고 있지만, ‘음주로 인한 소음이나 악취 등 타인에게 혐오감을 주는 행위’를 할 때에만 과태료(10만원) 부과가 가능하다. 술을 마시는 행위만으로는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실정이다.

이에 공원관리사업소와 경찰 등 인근 관리 주체들은 계도에 애를 먹고 있다. 서부공원녹지사업소 한 관계자는 “인근 지역이 음주청정지정은 돼있지만 술을 마신다고 처벌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면서 “술 마시고 있으면 마시지 말아 달라고 계도를 하는 수준”이라고 했다. 인근 지구대 관계자도 “경찰관들 주된 업무중 하나가 술취한 사람을 깨워서 집에 보내주는 것”이라면서 “길에서 맥주 한잔 하고 음식을 먹고 하는 행위를 경찰이 뭐라고 할 수는 없는 입장”이라고 했다.

김성우 기자ㆍ박민지 인턴기자/z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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