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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20년’ 극복한 日] 일본서 근무하는 한국인 1년새 14% 늘어…다양한 스펙 쌓고 취업난 해결 대안으로
뉴스종합| 2019-06-07 11:19
日기업도 기숙사·인턴십 제공 인재유치 노력

지난달 31일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청년의 해외 취업을 지원하는 ‘글로벌 일자리 대전’에서 구직자들이 면접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코트라 제공]

“보통 본사 구인은 일본 내에서 채용절차를 진행합니다. 그런데 최근 현지에서 채용한 한국 유학생들이 다양한 업무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이번에 처음으로 한국에서 인재를 찾아보자 결정한 거죠.”

지난달 31일 코트라ㆍ한국산업인력공단ㆍ고용노동부가 주관한 ‘2019 글로벌일자리대전에서 만난 일본의 자동차 부품사 ‘덴소’ 관계자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는 “연간 매출액이 2조6719억엔에 달하는 덴소의 높은 인지도 덕에 단순히 사람을 채우는 일은 쉽지만 좋은 인재를 구하는 일은 별개의 문제”라며 “일본 청년들과 비교해 한국 청년들이 대체로 어학 능력이 우수할 뿐 아니라 에너지도 넘치는 것 같다”고 우리 청년들을 높게 평가했다.

대학 졸업자 부족으로 구인난에 시달리는 일본 기업들이 한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의 좁은 취업문을 넘기 위해 쌓은 다양한 ‘스펙’들이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는 셈이다.

실제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취업비자를 통해 일본에서 근무 중인 한국인은 작년 10월 기준 2만4434명에 달한다. 이는 전년대비 14% 증가한 것이다. 4년 전인 2014년(1만2972명)과 비교하면 2배나 늘었다. 2019 글로벌일자리대전에 부스를 낸 일본 기업도 115곳으로 지난해보다 3곳이 추가됐다. 전체 184개 기업 가운데 62.5%가 일본 기업이다. 현장에서 만난 이들 기업은 덴소 관계자의 말처럼 “일본 내 극심한 인재 경쟁을 피해 우수한 한국 청년을 채용하기 위해 찾았다”고 입을 모았다.


2년 전부터 글로벌일자리대전에 참가한 일본의 3대 테마파크 ‘하우스텐보스’의 경우에도 지난해 채용한 전체 외국인 사원 16명 가운데 11명이 한국인이다. 그 배경에는 한국 청년들의 높은 어학 능력과 빠른 적응력이 있다. 하우스텐보스를 비롯한 대다수 일본 기업들이 당장 일에 투입할 수 있는 ‘중고신입’ 같은 신입이 아닌,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입을 원하고 있어 그 외의 스펙은 크게 중요치 않다.

하우스텐보스 관계자는 “우수한 인재들이 도쿄 등 대도시로 빠져나가다보니 현지 기업들간 구인 경쟁이 치열하다”며 “한국 사원들은 능력도 뛰어나지만 일본 문화에 적응하는 속도가 빨라 선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재 유치를 위한 기업들의 노력도 적지 않다.

‘일본 기업문화는 보수적’이라는 인식이 일반적이지만 구인난이 심화되며 앞다퉈 근무환경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우스텐보는 일찌감치 직원들을 위한 기숙사를 운영 중이다. 덴소 역시 대학교를 방문하기도 하고,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인턴십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도쿄에서 벗어나고 싶어하지 않는 청년들을 위해 도쿄에 연구개발 사무실까지 마련했다.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채용 검색 사이트 ‘인디드’ 일본 지사 관계자도 “복리후생에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다”며 “다른 기업들도 변해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박혜림 기자/r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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