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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전남편 살해사건] 정당방위 주장 고유정…전문가들 “어림없다. 재운 뒤 범행 가능성”
뉴스종합| 2019-06-10 09:11
- 고유정, 경찰 조사에서 ‘남편이 성폭행 하려했다’ 주장
- 전문가들 “정당방위 해당 안돼”… 쓰레기 봉투 대량 매입 의구심

전 남편을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고유정이 경찰 조사를 받은 뒤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헤럴드경제=정세희ㆍ성기윤 기자] 제주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을 살해한 피의자 고유정이 “전 남편이 성폭행을 하려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편 살해는 ‘정당방위’였다는 주장이다. 다만 법원에서 고유정의 정당방위가 인정될지는 미지수다. 계획범죄 정황이 담긴 증거가 적지 않은데다 성폭행 시도 방어 차원에서 살해를 했다는 주장은 정당방위 요건에도 부합치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현재까지 확보된 증거만으로도 ‘계획범죄’ 입증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10일 동국대학교 곽대경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정당방위는 통상적으로 자기가 당한 피해와 가한 피해가 비례했느냐를 따진다. 과잉대응을 했다면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며 “현재로서는 피해자가 살해된 상황이라서 고유정의 정당방위 인정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일단은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해봐야 하겠지만 만약 고유정의 말대로 ‘남편이 성폭행을 하려했다’고 하더라도 자기가 당한 피해를 방어하고 막는 것이 과연 적절한 정도인지, 지나치게 과잉대응한 건 아닌지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필요한 물품들을 사는 것을 보면 범죄를 계획했던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쓰레기 봉투가 그렇게 많이 필요할 수가 없다”며 “정당방위는 고유정의 주장일 뿐이다”고 했다.

고유정이 지난달 22일 밤 한 마트에서 범행에 필요한 표백제 등을 구입하고 있는 장면. 경찰은 이를 근거로 고유정의 범행이 계획범죄라고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찰 등에 따르면 고유정은 경찰 조사에서 “전 남편이 성폭행을 하려했기 때문”이라고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 남편을 살해한 것은 우발적이었으며, 남편의 성폭행 위협 때문에 이뤄진 정당방위라는 것이 고유정이 경찰 조사에서 취하고 있는 입장이다. 고유정은 자신의 손에 칼이 들려있었던 정황에 대해서도 수박을 썰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고유정이 자신의 전남편을 살해한 것이 ‘성폭행 위협’에 따른 방어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정당방위 주장은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정당방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행위가 가해 또는 위협에 대한 대응 차원의 범위를 넘어서지 않아야 한다. 고유정의 주장대로 성폭행 시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자신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방어 행위가 있어야지, 상대를 살해해 시신을 유기까지 한 정황이 모두 드러난 상황에선 정당방위는 인정받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또 정당방위가 인정받기 위해선 고유정이 입은 피해와 피해자가 입은 피해를 비교해야하는데, 고유정은 상대를 살해한 상황이라 과잉방위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몸무게 80킬로그램에 이르는 거구의 전남편 살해가 가능했던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전남편이 ‘항거불능’ 상태였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교수는 “전 남편이 인사불성이 됐을 때 공격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인사불성이 될 정도가 되려면 성관계를 한 이후에 인사 불성이 된 남자를 공격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고유정이 완전히 헛소리 하는 것 같지만 ‘성폭행 위협’ 등은 나름 자기의 생각이 반영된 진술로 보인다”고 말했다.

곽 교수 역시 “전남편을 저항하지 못하게 만든 상황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전 남편이 자고 있을 때 혹은 약물을 먹여서 저항하지 못하게 만든 다음에 (살해)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계획범죄 징후가 농후한 고유정의 행적 역시 관건이다. 고유정은 우발범죄와 정당방위를 주장하고 있지만 살해를 미리 준비한 듯 보이는 정황이 경찰 조사 결과 다수 발견됐다. 경찰은 제주 시내 한 마트에서 CCTV 영상을 입수했다. 해당 화면에는 고유정이 범행에 사용할 흉기와 표백제 등을 구입하는 정황이 담겼다. 범행 사흘 전인 지난달 22일 밤 11시께 고유정은 흉기와 표백제 3개, 고무장갑 등을 마트에서 구매했다. 고유정은 사망한 전 남편과 25일 만났으며 살해한 다음 최소 3곳에 전 남편의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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