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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칼럼-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청춘예찬
뉴스종합| 2019-06-11 11:45
말이 감동적인 것은 상상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좋은 말을 들으면 가슴이 뭉클해지고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어릴 적부터 그랬으니 갱년기 증상이 아님은 분명하다. 최근 ‘국민 엄마’로 불리우는 연기자 김혜자 의 인터뷰에서 인생의 새로운 가르침을 배웠다. 혼자만 알고 간직하기에 너무 아까워 공유하고자 이 글을 쓴다.

“뭘 얻고 싶다면 뭘 해야 해요. 날개는 누가 달아 주는 게 아니라, 내 살을 뚫고 나와야지. 아무것도 열심히 안 하고 멋있어지길 바라면 안돼요.”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70대 후반의 원로 배우가 요즘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라고 한다. 살이 뚫리는 아픔과 동시에 두 날개로 날아오르는 희열이 상상을 자극한다. 가슴을 쿵쾅거리게 만든다.

요즘 세상에서 젊은이들에게 “열심히 노력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라고 말하면 ‘꼰대’로 매도된다고 한다. 그러니 꿈이라든지 노력이라는 말을 함부로 꺼내는 사람이 많지 않다. 이런 세상에 던지는, 평생을 주어진 대사에 충실한 삶을 살아 왔을 노배우의 말에 녹아있는 연륜과 용기가 참으로 무섭도록 존경스럽다.

비록 꼰대라고 욕먹을지언정 좌표를 찾아 헤매는 이 시대의 청년들에게 이렇게 말해 줄 용기가 왜 나에게는 없었나하는 자책감이 밀려온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청년들이 편하게 미래를 보장받는 시절은 없었다. 필자가 대학을 졸업하던 시절은 3저 호황의 시절이었다. 유가, 환율, 이자율 모두 최저여서 경제가 호황이었지만, 그때도 미래는 불안하기만 하였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50대 중반이 되어 돌아보니 자기 살을 뚫는 노력을 한 친구들이 자리를 잡았다. 잘사는 집안의 자식도 있었다. 그러나 전부는 아니었다. 좋은 머리와 학벌의 영향도 틀림없이 있었지만, 결코 그것만으로 그들의 현재가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분명 남들 쉴 때 일하고, 남들이 안주할 때 새로운 도전을 한 친구들이 성공하였다.

최근에 해외 유학을 준비하는 두 명의 젊은 변호사에게 추천서를 써주었다. 어느 정도 자리 잡은 변호사들인데도 새로운 도전을 하러 떠나는 것이다. 변호사니까 기회가 많은 것 아니냐고 가볍게 말하지 말라. 많을 때는 1년에 2500여 명 씩 변호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변호사가 2만6000명이 넘는 시장에 새로이 들어온다는 것은 분명 두려움 그 자체이다.

날개를 달기 위해 살을 뚫는 고통을 감수하고 도전하는 것이다. 그러니 청춘들이여 기회가 없다고 탓하지 마라. 어느 시대이든 노력하지 않는 자의 두 손에 저절로 기회가 주어진 적은 없었다. 기회는 만드는 것이다. 청춘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것이고 무엇이든지 도전하고 이룰 수 있는 힘의 원천이다. 다시 젊음이 주어진다면 기꺼이 새로운 세계에 도전할 것이다.

오늘 이 글로 젊은 세대를 이해 못하는 새로운 꼰대 반열에 가입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욕먹는 것이 두렵다면 어른이 아니다. 옳은 말을 하지 못하고 눈치를 보는 비겁함을 두려워해야 어른이다. 이제 새로운 시도가 두려워지는 50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70대 후반의 노배우로부터 제대로 된 인생을 배웠다. 연륜이란 이래서 무서우면서도 존경받을 만한 것이다.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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