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의회 의장, 내주께 법안 표결 강행 방침
12일(현지시간) 범죄인 인도법안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이 입법회 주변 도로를 점거하고 있다. [로이터] |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12일(현지시간) 진행 예정이었던 범죄인 인도법에 대한 의회 심의가 연기됐다. 중국 본토로 범죄인을 송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범죄인 인도법 개정에 반대한 홍콩 시민들이 입법회 주위를 포위, 의원들이 입법회 내에 진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홍콩 입법회의는 백 만여명의 홍콩 시민들이 반대 시위에 나섰음에도 불구, 내주께 범죄인 인도법에 대한 표결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입법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오전 11시부터 개시될 예정이었던 범죄인 인도법에 대한 논의가 연기됐다고 밝혔다. 다만 심의가 언제 재개될 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보안국장을 역임한 친(親)중국 성향 신민당의 레지나 입 의원은 “시위대가 입법회 주변을 도로를 봉쇄했기 때문에 내부로 진입을 할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범죄인 인도 법안은 중국을 포함해 대만과 마카오 등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사안별로 범죄인들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다. 하지만 친중 성향의 현 홍콩 정부가 추진하는 범죄인 인도 법안이 홍콩 내 반체제 인사를 중국 현지 법원에서 재판을 받도록 하는 데 사용될 것이란 우려가 고조, 지난 9일 주최 측 추산 103만 명의 홍콩 시민이 참가하는 대규모 시위를 촉발시키기도 했다.
법안 심의가 예정돼 있던 이날 역시 전날 저녁부터 입법회 주변에 몰려들기 시작한 수 만 명의 시민들이 “(범죄인 인도법 개정을) 철회하라”를 외치며 반대 시위를 이어갔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검은 티셔츠 차림에 마스크를 쓴 시위대들은 입법회 부근 도로에 장벽을 세웠고, 곧 방패와 곤봉으로 무장한 수 백 명의 전경이 출동하면서 시위대와 대치했다. NYT는 “평소에 혼잡한 도로였던 도로가 검은색 셔츠로 바다를 이뤘다”고 전했다. 전경들은 시위대의 규모가 계속해서 불어나자 물대포와 최루액으로 진압을 시도했다.
법 개정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의 총파업도 본격화됐다. 홍콩의 노동단체와 기업, 학생단체 등은 11일 오후 범죄인 인도법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식당과 서점 등 소규모 사업체들이 대거 파업에 참가했고, 고등학생들과 4000여명의 교사들 역시 동참했다. 이와 동시에 버스 운전사 노조는 교통 체증 유발을 위해 운전사들에게 평소보다 천천히 운전할 것을 주문했다.
이처럼 반대 시위에 더욱 불을 지핀 것은 지난 주말 진행된 대규모 반대 시위에도 불구, 내주에 범죄인 인도법에 대한 표결을 진행하겠다는 입법의회 의장의 발표였다.
앤드류 렁 의장은 법안의 시급성을 강조, 60시간 가량의 토론을 거친 후 오는 20일에 법안이 표결에 부쳐질 것이라고 밝혔다. NYT는 “친중파 의원들이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만큼 법안이 표결에 부쳐진다면 통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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