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서울~부산 20분…10년 내 KTX 반값으로 가는 시대 열린다”
뉴스종합| 2019-06-27 11:30

신교통혁신연구소, 이관섭 소장 인터뷰
전 세계는 미래 철도기술 ‘하이퍼루프’ 개발 붐
건설비도 고속철의 53% 수준
“하이퍼루프 기술, 10년 내 상용화 된다”

이관섭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신교통혁신연구소장은 21일 헤럴드경제와 만나 “우리는 10년 안에 하이퍼루프를 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철도연 제공]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철도는 19세기 초부터 말에 이르는 한 세기에 세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21세기에 이르러 철도는 ‘지상 위를 나는 비행기’로 도약하고 있다. ‘하이퍼루프’가 그 주인공이다.

“10년 안에 서울에서 부산까지 20분. KTX 반값으로 가는 날이 올 겁니다.”

오는 28일 철도의 날을 맞아 지난 21일 경기도 의왕시에서 만난 이관섭(사진)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신교통혁신연구소장은 하이퍼루프로 불리는 미래의 철도 기술을 소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철도기술연구원에서 한국형 하이퍼루프인 ‘하이퍼튜브(HTX)’ 연구를 이끌고 있다. 그는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기차의 속도가 시속 1000㎞를 넘어설 것이라고 확신했다. 보잉737 여객기 평균 속도인 시속 780㎞ 보다 200㎞ 이상 빠르다.

하이퍼루프는 지난 2013년 미국의 민간 우주개발기업 스페이스X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제안한 미래교통수단이다. 열차가 진공 튜브 속을 운행해 공기 저항과 마찰을 최소화하며 달리는 방식이다. 비용이 걸림돌이 된 자기부상 열차와 달리 건설비도 고속철도의 10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하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었다. 2009년 1월부터 철도연이 진행한 ‘초고속 튜브철도 핵심기술 연구’다. 2016년부터 하이퍼튜브라는 이름을 붙인 국내 하이퍼루프 운송 시스템 개발의 최초 시작이었다. 이 소장은 “일론 머스크가 내놓은 하이퍼루프 설계도를 밤새 읽었다“라며 “그런데 이 분야만큼은 우리가 ‘퍼스트 무버’로 치고 나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소장이 남다른 자신감을 보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철도연은 그동안 쌓아온 기초연구를 바탕으로 하이퍼루프의 핵심 장치인 1000분의 1기압 튜브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또 최근에는 영하 210도 이하의 고체 상태 질소가 갖는 열용량을 이용해 냉동기 없이도 4시간 이상 냉각을 유지하는 초전도 전자석도 개발했다.

올해 말에는 개발한 1000분의 1기압 튜브 내에서 열차가 시속 1200㎞까지 속도를 낼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모형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소장은 “이미 8년 전에 세계 처음으로 1㎏ 미만 모형의 운송체를 0.2기압 튜브 안에서 700㎞까지 가속시키는데 성공했다”라며 “부상과 추진 기술 연구와 고강도 콘크리트 튜브 제작, 통기성 시험 연구 등이 탄탄하게 이어졌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앞서나가는 연구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소장은 세계 수준에 비해 더딘 국내의 연구개발(R&D) 속도를 우려했다. 미국과 캐나다 등은 막대한 자금력으로 상용화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데 반해 국내는 아직 기획연구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이 소장은 “동일 노선, 동일 수송량 기준으로 HTX는 고속철도 건설비의 53%, 운영비의 47%가 든다”며 “10년에 걸쳐 1조2000억원 예산으로 HTX 사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전국에 X자로 하이퍼튜브 노선을 구축하면, 전국 주요 도시간 30분대 이동 통근생활권이 가능하다. [철도연 제공]

이어 “올해 말로 기획연구가 마무리되고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 정부에서 승인한다고 하더라도 2021년부터 예산이 반영된다”며 “자칫 우리가 선두를 뺏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지난 2016년 5월 미국의 하이퍼루프원이 네바다주 사막에 536m 길이의 터널을 뚫어 첫 시험 주행에 성공했다. 지난 2월 프랑스 툴루즈에 시험 선로를 완공한 미국의 하이퍼루프 트랜스포테이션 테크놀로지(HTT)에 이어, 경쟁사인 캐나다의 트랜스포드도 프랑스와 캐나다 몬트리올~토론토에서 선로 개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도 정부 지원으로 130m 시험 선로를 설치하고 하이퍼루프 관련 기술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이 소장은 “하이퍼루프원 조사에 따르면 100개국 이상이 하이퍼루프 설치를 희망했다. 희망 노선은 2600개가 넘었다”라며 “모든 노선에 건설할 수는 없겠지만, 100개국에 한 노선씩 설치한다고 가정하면 노선 당 건설비를 10조 원으로 잡았을 때 1000조 원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처럼 땅이 작은 나라가 HTX를 먼저 개발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라며 “가장 먼저 하이퍼루프를 선보이는 나라가 초고속 교통수단 경쟁에서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HTT에서 ‘비즈니스 파트너십’ 협정 요청이 왔지만 더이상 진행을 하지 않고 있다”라며 “협정으로 장치 설계 도면을 공개하게 되면 자칫 우리 기술이 뺏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철도가 갖는 ‘의미’에 대해 그는 “최근 초음속 비행기, 플라잉카(하늘을 나는 비행기) 등 ‘모빌리티’(Mobility)를 강조한 운송수단이 거론되고 있다. 그런데 다 떠나서 소비자가 봤을 때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 대중교통은 싸고 편해야 한다”며 “그것이 철도가 가진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2017년부터 철도연을 주관으로 한국기계연구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UNIST, 한국전기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연구원 40여명이 함께 HTX 관련 기술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dsun@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