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태열 기자] 다이어트를 한다면 나트륨을 적게 섭취하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한국인은 전세계에서 소금 섭취량이 가장 많은 민족으로 꼽힌다. 김치, 젓갈 등 소금에 절인 염장음식을 자주 먹다보니 한국인의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4878㎎으로 세계보건기구(WHO) 권고량인 2000㎎의 약 2.4배에 이른다.
소금 자체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식염(食鹽)으로 불리는 소금은 종류에 따라 염화나트륨을 80~99% 함유하고 있다. 나트륨은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물질로 인간의 혈액에는 약 0.9% 농도로 녹아 있다.
나트륨은 또 인산과 결합해 산·알칼리 평형을 조절하며 근육의 수축작용과 신경세포의 신호전달에 관여한다. 이밖에 심장기능의 작동, 영양소 흡수, 위액의 구성성분인 염산 생성 등의 역할도 한다.
다이어트에 나트륨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는 왜 나올까. 사실 나트륨 자체는 칼로리가 없기 때문에 지방으로 바로 쌓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짜게 먹는 식습관이 몸이 잘 붓고 비만해지는 원인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비만클리닉·지방흡입 특화 의료기관 365mc 대구점 서재원 대표원장은 “염분은 수분을 머금는 성질을 갖기 때문에 몸 안에 염분이 많으면 같은 양의 물을 마셔도 제대로 배출되지 않고 그대로 쌓여 부종이 된다”며 “이로 인해 몸이 전반적으로 붓고 살이 쪄 보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나트륨과 비만 간 상관관계를 분석한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평소 짜게 먹는 사람은 체질량지수 25㎏/㎡ 이상인 비만이 될 위험이 1.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청소년일수록 짠 음식과 비만의 상관관계가 더 뚜렷했다.
몸이 붓는 증상은 복부, 가슴, 얼굴, 손, 발목, 발 등에서 도드라지게 나타난다. 과도한 소금 섭취로 몸 속 수분이 정체되면 체중이 증가하고, 늘어난 체중이 원래대로 돌아오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이 과정에서 현기증이 나타나는데, 노인은 낙상이나 실신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또 나이가 들수록 노폐물을 걸러 배출시키는 신장 속 네프론이라는 소단위체가 줄어 나트륨이 쉽게 제거되지 않는다.
부기와 비만은 적절한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개선할 수 있다. 먼저 나트륨 함량이 높은 즉석식품, 포장식품, 냉동식품, 기타 가공식품을 자주 먹으면 체내 수분이 정체될 수 있어 섭취를 줄이는 게 좋다. 정제된 탄수화물도 수분 정체를 유발하는 주원인이다.
하지만 하루 두 끼 이상을 외식으로 해결해야 하는 직장인은 하루 권장량 이하로 염분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 칼국수 1그릇에는 나트륨 2900㎎, 우동과 라면 한 그릇에는 2100㎎, 물냉면은 1800㎎, 자반고등어찜 1토막에는 1500㎎, 피자 한 조각(200g)에는 1300㎎, 배추김치 100g(10조각)에도 무려 1000㎎의 나트륨이 들어있다.
서 대표원장은 “메뉴를 고를 땐 양념의 양을 조절할 수 있는 음식을 선택하고, 주문시 되도록 싱겁게 해달라고 요청하도록 한다”며 “국·찌개·면류는 되도록 건더기 위주로, 나트륨 함량이 많은 김치는 4~5쪽 이내로만 먹도록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채소에 풍부한 칼륨은 나트륨의 체외 배출을 촉진시키므로 생채소를 자주 섭취하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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