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경제광장-박도규 SC제일은행 전 부행장] 국제 무역 분쟁과 중소기업 금융
뉴스종합| 2019-08-01 11:40

저성장과 양극화 심화로 압축되는 우리 경제는 최근 진행되고 있는 한일 무역 분쟁과 미중 무역전쟁 등의 대외변수로 인한 불확실성이 더해져 어려움이 크게 가중되고 있다. 더욱이 주 52시간 근무제, 최저임금 인상, 외국인 또는 무숙련자 고용 확대로 인한 생산성 저하 등 대기업 뿐 아니라 중소기업,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 현실적 대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힘든 시기는 당분간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국제경제의 정세변화에 따른 외부적 환경변화의 영향은 사안에 따라 당장은 제한적일 수 있으나 향후 갈등이 심화되고 금융 변동성 확대와 맞물리면 그 파급효과가 증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상대적으로 외부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어려운 구조를 가진 중소기업 피해는 대기업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 된다.

한일 무역 분쟁의 경우를 금융 분야에서 살펴보면 국내 진출한 일본 은행의 여신 규모는 5월 말 기준으로 약 24조6877억원으로 전체 외국계 은행 여신 규모 98조868억원의 25.2% 수준이며, 일본계 은행의 여신규모가 차지하는 전체 비중은 1.5%로 그다지 크다고 볼 수는 없다. 보유 주식의 규모도 국내 증시 전체 시가총액의 0.78%로 1%도 채 되지 않는다. 일본의 금융 보복가능성을 높게 보는 전문가가 많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으며 사실상 금융보복의 실효성은 낮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는 단기적인 정부정책과 외교적 노력은 그렇다 치고, 앞으로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금융의 영역에서 준비하고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고민할 필요는 있다고 판단된다. 이미 오래 전부터 역대 모든 정권에서 혁신적이고 역동적인 중소기업 부문을 활성화해 고용을 창출하고 성장 잠재력을 배양해야 한다는 논의는 있어왔다. 그러나 이와 같은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의 금융 지원을 위한 자본시장은 활성화됐다고 할 수 없다.

이를 위해 미래 성장성이 높은 유망한 중소기업 부문에 자금이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금융시스템을 효과적, 그리고 효율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당면하고 있는 경기침체 및 무역 분쟁을 극복하고 우리 경제의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기반마련이 시급하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금융기관의 입장에서도 대기업 대출수요 감소, 가계대출 규제와 포화 현상 등에 대응해 안정적 자산운용처를 확보하고 수익성을 증대시키기 위해 중소기업을 발굴하고 이를 고객화 하는 등 중소기업 금융시장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할 필요성을 인식하고는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높은 여신심사 비용,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심사능력 부족 등으로 중소기업에 실질적인 운전자금이나 개발자금 등과 같은 공급이 이뤄지기보다는 부동산 및 서비스 관련 부문에 대한 담보 위주의 여신이 주로 이루어지고 있어 은행의 중소기업 선별과 이에 따른 자금공급은 여전히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소기업의 금융 접근성 개선을 위한 정책적 대안과 방법을 찾아야 한다. 특히 정책금융기관들은 다양한 민간 금융회사는 물론 유관 기관, 단체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금융시장의 다양성을 촉진해 국가경제의 성장에 기여하는 자금의 조성과 공급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국내 중소기업 금융의 경우 은행 집중화가 높고 소매금융 중심의 영업구조로 인해 경기충격이 발생할 시 중소기업의 자금난은 급격하게 심화되는 구조다.

따라서 정책금융기관은 중소기업이 처한 저성장, 환율변화 등 외부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 기업을 창업기업, 고성장기업, 담보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 등 성장단계 및 업종, 규모 등 보다 다양한 기준에 따라 자금지원방식을 달리해 금융지원을 수행하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일련의 노력을 시장에서 수행하다 보면 마주하게 되는 여러 중소기업 금융의 한계와 어려움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국내생산과 일자리 창출 등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 부문에 대한 고민은 중단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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