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소득층 합법이민 규제 강화…소득기준 미달·생활보호 대상자 영주권 불허 가능
“합법적 이민자 절반으로 줄 수 있어”…38만2000명 재검토 예상
이민자수 감축·가족→능력기반 재편 트럼프 행정부 기조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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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불법 이민에 이어 합법적 이민의 문턱도 높이고 나섰다. 저소득층이 일시적 비자나 영주권을 발급 받기 어렵도록 규제를 강화했다. 이번 규제로 미국 체류가 허용되는 합법적 이민자 수가 절반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로이터통신,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12일(현지시간) 저소득층의 합법적 이민을 어렵게 하는 새 규정을 발표했다.
837쪽 분량의 새 규정은 소득 기준에 미달하거나 공공 지원을 받는 신청자의 경우 일시적·영구적 비자 발급을 불허할 수 있도록 했다.
‘생활보호 대상자 불허’에 초점을 맞춘 이번 규정에 따라 식료품 할인구매권(푸드 스탬프), 공공주택, 저소득층 의료비 지원 프로그램(메디케이드) 등의 복지 지원을 받는 생활보호 대상자의 경우 영주권을 받기 힘들어졌다.
생활보호 대상자에게 영주권 발급을 제한하는 규정은 기존에도 있었지만 주로 소득의 50% 이상을 정부 지원에 의존하는 이들에 한해 적용됐기 때문에 비자 발급이 불허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새 규정에는 ‘자급자족의 원칙’도 명시됐다. 정부 예산이 들어가는 공공자원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능력이나 직장 등 사적 기관, 가족의 뒷받침으로 생활이 가능한 이들을 중심으로 영주권을 발급한다는 내용이다.
10월 15일부터 시행되는 이번 규정에 따라 영주권 신청자 가운데 수십만명이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38만2000명의 영주권 신청자가 생활보호 대상자 심사 범위에 포함돼 비자 발급이 재검토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민을 옹호하는 측에서는 전 세계 미국 영사관에서 미국 비자를 신청하는 수백만명의 사람들에게 새 규정이 확대될 경우 실제로 영향을 받는 숫자가 훨씬 높아질 것으로 우려한다.
이민 찬성 단체 바운드리스의 공동설립자 더그 랜드는 “이번 규정은 이민자들이 합법적으로 자격이 있는 공공 지원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면서 “비자 신청자의 절반 이상을 탈락시킬 수 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의회를 통해 얻을 수 없는 것을 행정명령을 통해 달성하려는 “우회적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규정은 과거 ‘인종의 용광로’로 여겨졌던 미국으로 향하는 이민자 자체를 줄이고, 가족 기반 대신 능력 기반으로 이민 정책을 재편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를 반영한 조치다.
WP는 “이민을 줄이기 위한 트럼프 행정부의 노력의 중심”이라고 분석했고,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 가운데 가장 과감한 조치”라고 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 고학력자와 기술자를 우대하는 능력 기반의 이민 정책을 발표했으나 야당인 민주당은 물론 여당인 공화당 내에서도 우려가 제기돼 법 개정은 불투명하다고 관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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