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섬의 동 칼리만탄에 신(新)행정수도를 건설한다는 뉴스가 눈길을 끌고 있다. 자카르타가 위치한 자바섬에 인구와 경제력 편중이 심각하여 자바섬 이외 지역에로의 수도 이전을 통해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고자 함이 주요 배경이다. 자카르타는 세계 9위의 인구 밀집도시로, 혼잡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2017년 세계은행 기준 65조 루피아에 달하는 등 인구과잉에 따른 부작용을 경험하고 있다. 이미 포화된 시장과 다국적 기업들의 치열한 각축전으로 현지 진출을 희망하는 우리 중소기업들이 정면 돌파하기에는 큰 진입장벽이 존재하기도 한다.
연임이 확정된 조코위 행정부는 국토 균형발전을 지속 표방하고 있다. 고속도로, 철도 등 인프라 확대로 역내 연결성을 강화하고, 일명 ‘New Bali 프로젝트’로 알려진 10대 관광지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34개 주 · 98개 시 · 416개 군 행정구역에, 1만7500여개 섬을 가진 광대한 영토, 다양한 인종·종교를 지닌 고객 특성, 지방으로 갈수록 낙후된 인도네시아에서 또다른 기회를 찾을 수 있을까.
인도네시아에서 한국 제품을 유통 중인 라임 이커머스에 따르면, 인니 공중파 TV홈쇼핑에서 지방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70% 선이다. 지방은 좋은 제품을 접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부족해 판매단가 100만 루피아 이상 중고가 생활용품이 홈쇼핑을 통해 거래되는 것이다. 전자상거래에서도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토코피디아(Tokopedia) 등 인니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지방에서 재유통하려는 사람들을 위해 ‘대량구매’ 옵션을 운영하는 것이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섬들을 대상으로 항구를 개발하거나 전기를 공급할 발전선을 건조하는 등 조선·항만·건설 분야도 유망하다.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도 지방사업 확대를 적극 추진하는 모양새다. 상생을 바탕으로 한 일부 우리 기업들의 진출전략이 3P 공동체(사람중심·평화·상생번영)를 핵심으로 하는 신남방정책과 맞물려 신선하게 다가온다. CJ그룹은 1988년 설립한 인니 동부 BIO 파수루안 공장을 글로벌 사업의 모태로 해 현재 인니 전역에 18개 법인, 9개 공장을 운영하며 1만5000명의 고용을 창출하고 있다. 인니의 62개 CGV 상영관 중 65%가 지방도시에 위치해 소외지역 주민들에게 문화경험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로컬영화 상영비중 확대, CJ E&M과 영화제작 공동 지원 등 현지 산업 발전을 장려 중이다. 롯데마트는 인니 내 도매 31점, 소매 15점을 운영 중으로, 2023년까지 지방 20개 도시에 57개 도소매 매장 출점 계획을 가지고 있다. 로컬 바이어 25명이 지역별로 상주하며 해당지역 상품을 소싱하는 방식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단지 땅덩어리가 넓다는 것만으로는 장밋빛 시장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열악한 인프라, 제도·행정의 불투명성, 이질적인 문화 등으로 인니 내 사업이 녹록치만도 않다. 하지만 보다 긴 호흡을 가지고 현지인들의 니즈를 진정으로 반영해 지역에 맞는 상생모델을 추구한다면 분명 지방은 기회로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