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프리즘] 조국의 검찰개혁, ‘개혁’이라 부를 수 있을까
뉴스종합| 2019-09-03 11:12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님께.

후보자께서는 장관에 임명될 것 같습니다. 적임자인가, 아닌가에 대한 논란은 정답이 나올 수 없는 문제입니다. 법무부장관은 국무위원 중 하나일 뿐이고, 대통령의 의사가 존중되는 게 맞습니다. 다만 한가지는 묻고 싶습니다. 자리에 연연하는 게 아니라, 해야 할 일을 완수하기 위해 법무부장관을 맡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은 검찰 개혁일텐데, 후보자가 말씀하시는 개혁이 무엇인지 알기 어렵습니다.

검찰은 기소권과 수사권을 모두 갖습니다. 이 권한을 쪼개고, 권력기관끼리 서로 균형있게 견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검찰 개혁의 핵심입니다. 하지만 후보자께서 그동안 보여주신 검찰 개혁안을 과연 ‘개혁’이라고 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최근 검찰 인사를 보면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참여정부 때 청와대 근무를 했던 검사들은 줄줄이 영전했습니다. 경력을 감안했을 때 도저히 맡을 수 없는 자리에 간 사례도 있었습니다. 박근혜 정부에서 이뤄진 포스코 수사, 방위사업비리 수사는 ‘청와대 하명 논란’ 이 있었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무려 8개월간 파헤쳤던 포스코 사건에서는 핵심 피의자가 무죄를 선고받았고, 방위사업비리 수사에서는 4성 장군을 망신주고 옷을 벗겨놓고도 무죄 확정판결이 났습니다. 하지만 이 수사를 총괄한 검사들은 나란히 이번 정부에서 검사장으로 승진했습니다.

반면 이번 정권에서 청와대에 불리한 사안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인사상 불이익을 받고 사표를 냈습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손혜원 의원 부동산 투기의혹, 이유정 전 헌법재판관 후보자 주식투자 의혹을 수사한 검사들이 대표적입니다. 우연의 일치라고 하실 지 모르겠지만, 우연이 계속되면 필연이 되고, 필연은 검찰에 메시지로 전달됩니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동안 검찰권 남용으로 문제됐던 사례들은 대부분 검찰이 직접 수사도 하고, 기소도 하는 구조에 기인했습니다. 하지만 후보자께서 민정수석으로 재직하면서 도출한 조정안을 보면 형식적으로는 경찰에 1차 수사권을 줬지만, 부패범죄와 경제범죄, 선거사범, 방위사업비리 까지 광범위하게 검찰의 직접수사 권한을 인정했습니다.

종합하면, 검찰은 여전히 막강한 수사권을 가지고, 청와대는 인사를 통해 검사들을 줄세울 수 있습니다. 다른 정부 때도 그러지 않았으냐 하실 수 있지만, 만약 그렇다면 최소한 이것을 개혁이라고 불러서는 안 될 것입니다.

검찰의 특수수사는 무섭습니다. 한 번 시작되면 뒤로 무르는 법이 없습니다. 사실상 통제장치도 마땅치 않습니다. 올 여름 단행된 검찰 인사에서는 ‘특수통’들이 요직을 독점했습니다. 인사를 이렇게 해놓고 검찰에게 수사를 하지 말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역설적이게도, 그 검찰은 벌써 후보자를 옥죄고 있는 상황입니다.

감당하겠다고 하셨으니 성실히 수사를 받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다만 그 과정을 통해서 후보자께서 제시하셨던 검찰 개혁안이 과연 옳은 방향이었는지, 깊이 고민하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래야만 이 진통이 우리 사회에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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