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 2000선 돌파…연기금 주축
10월 수출증가율 최저점 예상
코스피 4분기 기점 바닥 전망
홍콩·영국 불확실성 완화도 호재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코스피 지수가 8월 급락 쇼크를 딛고 최근 기관 순매수 속에 반등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홍콩 사태가 수습 국면에 접어들고 영국의 ‘노딜 브렉시트’ 불확실성도 완화하면서 대외 여건도 점차 개선되는 분위기다. 대내적으로는 여전히 기업 실적부진이 걸림돌로 꼽힌다. 그러나 4분기 수출증가율이 바닥을 확인하면서 증시도 점차 약세장에서 벗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지난해 10월 1배가 깨진 이후 약 1년째 1배를 밑돌고 있다. 연초 증시 반등으로 0.97배까지 회복했으나 지난 달 급락장을 거치며 다시 0.82배까지 추락했다. 기업들의 시가총액이 청산했을 때의 가치보다도 못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무역분쟁과 이로 인한 국내 수출 기업들의 실적부진 우려가 악재로 작용하면서 유독 한국 증시의 충격이 컸다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는 악재가 상당 부분 반영된 만큼 국내 증시가 점차 바닥권에서 탈출할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시가총액 대비 거래대금이 바닥 국면에 도달했고, 코스닥 시가총액 대비 신용잔고 비율은 2018년 이후 평균치 아래로 내려가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투기적 심리도 상당히 해소됐다”며 “한국 증시가 단기 바닥을 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기금 등이 지난 달 21일 이후 11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간 것도 이를 뒷받침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다만 주가의 상승 전환이 뚜렷해지기 위해선 여전히 부진한 실적과 경기지표의 개선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그 중 4분기 월별 수출증가율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과거 수출증가율이 마이너스 영역으로 떨어져 최악일 때마다 코스피는 바닥을 다지고 오르기 시작하는 패턴을 보여왔다. 지난 2009년 리먼브라더스 사태와 2015~2016년 저유가 쇼크 사태 당시 수출증가율은 -30~-20%까지 떨어지며 최저점을 기록했다. 수출증가율이 가장 악화된 이 시점에 코스피는 하락세를 멈추고 반등을 시작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월별 수출증가율은 계속 마이너스권을 맴돌고 있다. 지난 7월 수출증가율은 -11.0%를 기록했다. 작년 4분기에 수출 실적이 정점을 찍었기 때문에 수출증가율의 저점은 올 4분기에 나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코스피도 이 시기를 전후로 바닥을 형성을 할 것이란 전망이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주가는 수출증가율이 플러스로 전환될 때 오르기 시작한 것이 아니라 최악을 통과할 때 이미 오르기 시작했다”며 “작년 10월 수출이 최고치였던 점에 비춰 올해 수출증가율의 최저점은 10월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수출주 중에서도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정보기술(IT) 업종의 수출 업황이 중요하게 여겨진다. 4분기가 IT 업종의 성수기인 데다 미국이 중국 화웨이에 대한 수출금지 유예를 90일 연장하면서 다소 숨통이 트였다는 분석이다.
미중 무역분쟁의 장기화로 증시 활력이 떨어진 상태이지만 한국 수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홍콩의 시위 사태가 수습 국면에 접어든 점도 긍정적이다. 하인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지금의 상승 추세가 유지될 지 여부를 확인하려면 이번 달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미중 무역협상, 이익추정치의 반등 가능성 등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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