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일본 등에 이어 미국도 마이너스 금리 성큼
성장 저하로 기존의 부(富) 중요
금리 인하로 자본수익률 높아져 기존 부유층에 유리…양극화 심화
올바른 분배 매커니즘 없다면 성장률 회복이 양극화 해소로 직결되지 않아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노동절(Labor Day)을 맞아 노조원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AP] |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독일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의 어마어마한 손실로 한국 투자자들에게 마이너스 금리가 피부로 와닿는 현실이 됐다. 마이너스 금리는 거칠게 말하면, 투자자가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돈을 지불하는 것이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마이너스 금리 국채에 투자된 돈은 전세계적으로15조 달러(약 1만8000조원)에 달한다. 2017년 한국 국내총생산(GDP)이 1조5302억 달러(약 1800조원)이라는 점을 떠올려 보면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전날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CNBC방송에 출연해 “미국이 마이너스 금리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문제는 마이너스 금리가 단순히 투자 고민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금리가 낮다는 것은 경제 성장이 정체됐거나 뒷걸음질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인에게 성장률이 낮아졌다는 것은 임금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으로, 새로운 부를 쌓기가 더 힘들다. 미국의 1960년대~80년대까지 추세성장률은 평균 3.57%다. 하지만 그 이후 최근 이 수치는 2.97%로 낮아졌다.
여기에 자본수익률, 즉 주식과 부동산 등의 수익률이 성장률을 앞서는 현상이 나타나면 양극화로 이어질 수 있다. 새로운 부를 창출할 기회는 적어진 반면 이미 부를 축적한 사람들은 돈이 돈을 벌게 하면서 더 부유해지는 것이다.
미국의 주식시장은 닷컴버블 등 일부 침체기가 있었지만 1980년대 이후 그 이전과 비교해 월등히 수익률이 높아졌다. 공교롭게도 뉴욕타임스(NYT)는 2000년과 비교할 때 최근 뉴스에서 양극화에 대한 이야기가 20% 더 많아졌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파리의 명품 브랜드 루이뷔통 매장 모습[로이터] |
우리나라는 부동산 시장, 정확히는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경제 성장률과 임금 상승률을 웃돌고 있다. 지난달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해당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같은 달 한국감정원이 집계한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0.14%로 오름폭이 전달보다 2배 커졌다. 마이너스 금리가 모두에게 ‘마이너스’가 되는 것은 아닌 것이다.
하인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금리를 인하하면 실물경제가 아닌 부동산이나 주식 같은 자본으로 자금쏠림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자본수익률 상승으로 이어져 양극화 심화는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성장률 회복이 자연스레 양극화 해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성장의 열매가 골고루 돌아가지 않는 것은 유럽 축구시장을 보면 알 수 있다. 유럽축구연맹(UEFA)에 따르면 챔피언스리그 중계권은 2005-06시즌 4억8000만 유로(약 6300억원)에서 지난 시즌 17억2000만 유로(약 2조2000억원)로 4배 가량 급등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중계권은 20년 전 3억 파운드(약 4400억원)가 채 되지 않았지만 2018-19시즌 중계권은 82억4000만 파운드(약 12조1500억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UEFA는 양극화 심화와 이에 따른 시장의 존립을 걱정하고 있다. 전날 AP통신에 따르면 딜로이트 회계법인은 유럽 5대 리그와 그 외 리그의 재정 격차가 커졌다는 내용의 기밀문서를 작성해 UEFA에 보고했다. 보고서는 유럽 전체 리그에서 5대 리그가 벌어들인 수익 비중이 10년 전 68%에서 지난 시즌 74%로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또 5대 리그만 현재 수익성을 보고 있으며 2007-08시즌 이후부터는 다른 리그들은 운영손실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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