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국산화 성공해도 판로개척 '하늘의 별따기'
뉴스종합| 2019-09-09 10:30
배종성(왼쪽) 기초지원연 부산센터장과 안광선 베스트에너지 대표가 리드탭필름의 성능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이후 정부가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국산화 연구개발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연구 현장에서는 국산화에 성공해도 판로가 없어서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재·부품 기술개발에 성공한 중소기업이 시장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9일 출연연 등에 따르면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은 최근 연구소기업 베스트에너지와 리튬이온 배터리 핵심 소재인 이차전지 파우치용 리드탭 필름을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사용되는 대부분의 리드탭 필름은 전량 일본에서의 수입에 의존해 왔었다.

기초과학지원연구원과 연구소기업 베스트에너지는 지난 2010년부터 리드탭 필름 개발에 착수, 6년동안 약 50억원을 투입해 3개 층을 한 번에 제작해낼 수 있는 새로운 공정기술을 확보했다.

리드탭 필름은 고부가가치 제품이지만 다른 배터리 핵심 소재에 비해 시장이 작다는 이유로 국산화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분야로 꼽힌다.

국산화한 리드탭 필름은 일본 제품과 비교해도 성능이 뒤떨어지지 않으며 가격 또한 70% 수준으로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처럼 우수한 성능에도 불구하고 이 업체는 국내시장에서 판로개척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 이 업체는 2016년 제품을 양산한 뒤 국내 배터리업체들의 성능테스트는 통과했지만 국내대가업들과의 원만한 공급조건 협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현재 적지않은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은 실제 실용화에 걸리는 시간을 이유로 국산 소재 도입을 주저하고 있다는 게 연구 현장의 얘기다.

실제로 규격에 맞춰 제작중인 배터리의 소재는 중도에 변경할 수 없고, 표준화된 규격에 맞춰 소재의 성능을 테스트하고 라인에 적용하는 데는 보통 3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때문에 확실한 검증이 되지 않은 국산제품보다는 외국제품을 수입해 사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이번에 국산화에 성공한 이 업체도 결국 차선책으로 중국으로 눈을 돌려 지난 2016년부터 약 8개의 중국 배터리 업체에 리드탭필름을 수출하고 있다.

안광선 베스트에너지 대표는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투입해 기술 개발에 성공했는 데 국내 판로를 확보하지 못해 중국 시장으로 나갈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안 대표는 이어 “이차전지 기술은 우리나라 에너지 자립과 안보에도 직결되는 사안으로 국내 대기업들이 외산소재만 채택하는 것은 일본 수출규제 조치와 같이 큰 위험성을 안고 있는 것”이라며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국내 소재·부품 중소기업들이 상생 발전할 수 있도록 정부와 대기업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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