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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표] 사이영 없다해도 눈부신 류현진의 2019년
엔터테인먼트| 2019-09-26 11:23

 

90년대 말로 기억한다. 스포츠 취재를 오래했던 선배로부터 들은 말이었다. '한국인이 EPL 강팀에서 주전으로 뛰는 것과, PGA투어에서 우승하는 것은 보기 어려울 것 같다.'

기자는 70년대 최고의 리그였던 분데스리가에서 차범근이 대단한 활약을 한 걸 TV로 봤고, 박찬호가 메이저리그 선발투수, 박세리가 LPGA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던 시기였기에 'EPL과 PGA투어의 벽이 그렇게 높은가 보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박지성이 최고의 구단 맨유에서 뛴 것을 비롯 이영표 기성용이, 최근엔 손흥민이 EPL을 누볐고, '탱크' 최경주가 PGA투어에서 한국인 첫 우승을 차지했다. 이는 그 선배의 예상이 빗나갔다기보다 높은 장벽을 넘어선 선수들의 존재를 높이 평가하는게 옳을 것 같다. 그 뒤에 수영의 박태환, 피겨의 김연아처럼 훨씬 더 어려울 것 같은 종목에서 세계 정상에 선 선수들도 나타났으니 천재성을 가진 선수들의 등장 앞에서 어떤 전망도 무의미할 수 있다.

올시즌 메이저리그에서 최고의 투수에게 주어지는 '사이영상' 후보로 거론되는 LA다저스의 류현진의 활약도 이런 '상식'을 넘어선 위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8월초까지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의 유일한 1점대 평균자책점과 믿기지않는 피안타율·볼넷-삼진비율을 기록했다. 한국인은 물론 아시안인 최초의 사이영상에 다가섰다. 이후 4경기 연속 부진하면서 이제 수상 가능성은 매우 낮아진게 사실이지만 여전히 평균자책점 전체 1위다. 당시 유명 야구커뮤니티에서는 '너무 잘하다보니 1,2점만 줘도 못한 것 같다'고 할 정도였다.

메이저리그 30개구단은 선발투수만 150명이 넘는다. 세계에서 가장 잘하는 선수들만 모여있는 곳이다. 160㎞를 던지는 투수가 발에 채인다. 여기서 한국인 투수가 1년 내내 선발자리를 지키며 13승5패 평균자책 1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엄청난 위업이다. 사이영에 대한 가능성이 너무 컸기에 실망하는 팬들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이미 류현진은 충분한 박수를 받을 자격이 있다. 이제 류현진은 정규시즌 1경기만을 남겨놓고 있다. 시즌을 잘 마무리하고 포스트시즌에서도 좋은 활약을 이어가길 기원한다.

김성진 선임기자/withyj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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