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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원의 골프 디스커버리] ‘13년된 퍼터’ 쓰는 스네데커
엔터테인먼트| 2019-10-01 11:12

브랜트 스네데커는 2007년 PGA투어에 데뷔한 이후 약 380억원의 상금을 벌었다. 흔히들 드라이버는 쇼, 퍼터는 돈이라고들 하는데, 브랜트 스네데커는 2006년도부터 지금까지 줄곧 하나의 퍼터를 사용해왔다고 한다. 무려 13년째다.

스네데커는 그동안 그립을 세번 갈았다고 한다. 지금 사용하는 그립이 약 3년 썼는데 스네데커는 좀 낡은 그립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한다. 퍼터 스윗 스팟에 넣는 인서트도 세번 갈았다고 한다. 다른 비슷한 퍼터를 시도해봤지만, 느낌도 다르고 볼이 굴러가는 것도 달라서 다시 예전 퍼터로 돌아왔다고 한다. 중간에 호젤이 부러졌는데, 용품사에 재고가 없어서 일부러 용접을 해서 다시 고쳤다고 했다.

PGA투어 선수들은 용품이 넘쳐난다. 가장 최신 장비를 가장 빨리 만날 수 있는 곳이고, 언제라도 교체와 수리가 가능하다. 최고의 선수들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그들의 브랜드를 키울 수 있는 좋은 전략임을 모든 브랜드들은 다 알고 있다. 매주 화요일, 수요일이면 연습 그린에 많게는 수십개의 퍼터가 놓여져 있고, 선수들은 그걸 원없이 테스트하고 원하는 퍼터로 수없이 교체한다. 사실 PGA투어 선수들 중에는 워낙 클럽을 원하는대로 제공받다 보니 공이 안 맞으면 패대기치고, 부러뜨리고, 집어던지는 등 볼썽사나운 행동을 하는 선수들도 꽤 많다. 퍼터 같은 경우야말로 안되는 날에는 정말 마음 상하는 일이 많이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런 선수들 사이에서 스네데커가 오랜 세월 동안 줄곧 같은 퍼터를 사용한다는 것은 눈여겨볼 일이다. 다른 어떤 것보다 퍼터는 감을 중요시하다 보니 가장 많이 바꾸는 클럽 중에 하나다. 말로는 정확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느낌과 감을 가지고 선수들은 퍼터를 사용한다.

골프가 잘 되는 날이 있으면 안되는 날도 있는 법이다. 잘 안되는 날, 모든 원인을 채 탓으로 돌리지 말고, 자신이 원하는 감을 다시 찾으려고 한번 노력해보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그리고, 자기가 맘에 들었던 퍼터는 가능하면 버리지 않고 계속 가지고 있는 것도 중요하다. 타이거 우즈도 십여년전 전성기 때 쓰던 퍼터는 지난해 들고 나와 모든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좋은 기억이 있는 퍼터는 오랜만에 잡았을때 그때의 느낌과 맞물려 선수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준다.

브랜트 스네데커는 PGA투어 통산 9승의 기록과 함께 PGA투어 역사상, 59타, 60타, 61타 기록을 보유한 첫 선수이기도 하다. 스네데커는 그 모든 순간을 단 하나의 퍼터와 함께 했다. 이 퍼터가 없으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얘기하는 브랜트 스네데커의 소탈한 웃음에 왜 그 퍼터가 그와 함께 공존할 수 있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클럽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공을 치면 더 마음도, 스코어도 좋아지지 않을까.

[KLPGA 프로·PGA투어 한국콘텐츠 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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