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도쿄 옛 재일동포마을 우토로 기록물 디지털로 복원
뉴스종합| 2019-10-03 12:00
우토로마을 테이프 속 한장면. [국가기록원 제공]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일본의 강제퇴거와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몸을 던져 싸워야 했던 우토로마을 재일한인의 고난의 거주사(史)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영상기록이 디지털로 복원, 일반에 공개된다.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은 4일 성남 나라기록관에서 디지털로 복원된 ‘우토로 마을’ 관련기록을 지구촌동포연대(KIN; Korea International Network)에 전달한다고 3일 밝혔다.

앞서 지난 3월 지구촌동포연대는 우토로 마을 살리기 관련 시민단체 영상과 옛 우토로 마을 모습 등이 담겨져 있는 VHS 테이프(Tape) 12점과 6㎜ 미니 테이프(Mini Tape) 5점 등 총 17점의 시청각자료 복원을 국가기록원에 의뢰했다.

재일동포와 일본인 시민단체에서 제작한 마을 살리기 홍보 영상(4점), 지구촌동포연대가 국내에서 제작한 캠페인 기록 영상(5점), 일본에서 방송된 우토로 관련 뉴스와 보도 등 관련 방송 녹화 영상(8점) 등이다.

우토로 마을에 거주했던 재일동포 1세대 김경남 할머니의 모습과 1989년 당시 우토로 마을의 옛모습, 한국내 우토로살리기 캠페인과 우토로 방문 주민과의 면담 기록, 교토지역에서 방송된 우토로 관련 뉴스 등이 담겼다.

이 가운데 일본인 시민단체인 ‘우토로를 지키는 모임’이 1996년 촬영한 행사 영상과 재일조선인의 인권캠페인비디오제작위원회가 1989년 촬영한 닛산자동차 앞 시위 현장 모습인 ‘우토로를 지키자! 도쿄행동’ 등은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희귀 영상이라고 기록원은 설명했다.

지구촌동포연대가 국가기록원에 제출한 우토로마을 관련 VHS 테이프. [국가기록원 제공]

국가기록원은 이 기록물을 오랫동안 보존하고 열람할 수 있도록 클리닝, 디지털 변환을 했고, 이 과정에서 일부 음량이 크거나 작은 부분, 잡음이 있는 구간의 음성을 디지털 음성복원 처리해 보다 정확하게 들리도록 했다.

일제강제동원 & 평화연구회 연구위원인 허광무 박사는 “우토로 살리기 영상기록물은 한·일 양국 시민, 한국 정부의 노력 등이 담긴 영상기록물”이라며 “재일한인이 걸어왔던 고난의 역사와 재일한인 강제퇴거, 한인마을 살리기 연구에 활용할 수 있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이소연 국가기록원장은 “복원작업이 잊혀져가는 재일동포들의 아픔과 희생의 기억을 되살리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하게 돼 뜻깊게 생각한다”면서 “국가기록원은 재일 동포들이 걸어온 역사적 가치가 있는 기록물의 안전한 후대 전승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우토로는 비행장건설을 위해 일본으로 건너왔던 조선인들이 거주했던 일본 교토시 인근 재일동포 마을로 토지 소유권이 여러 차례 바뀌며 주민들이 강제 퇴거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주민들은 한일 양국 시민단체와 한국 정부 지원으로 2011년 우토로 마을 일부를 매입해 주택을 지어 거주하고 있다. 매입하지 못한 땅에 있던 우토로 마을은 2017년부터 철거가 진행돼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최근 이곳에 평화기념관을 건립하기 위해 비용을 모금하는 ‘기억할게 우토로’ 캠페인이 진행중이다.

한편 이번 우토로마을 기록물은 국가기록원의 ‘2019년 맞춤형 복원․복제 지원사업’의 하나로 복원됐다. 이 지원사업은 민간·공공기관이 소장하고 있는 중요기록물을 국가기록원이 보유한 전문시설과 장비, 기술을 활용해서 복원․복제 해주는 지원사업이다. 오래된 기록물의 복원이나 복제, 디지털화를 원하는 소유자는 매년 3월 국가기록원 홈페이지 맞춤형 복원복제사업 공모에 신청하면 된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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