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잠 안재우고 새벽 5시까지 조사…판결문 속 ‘강압수사’ 가능성
뉴스종합| 2019-10-08 09:45
민갑룡 경찰청장이 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화성연쇄살인사건과 관련한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 이춘재(56)가 그동안 모방범죄로 분류된 8차 사건까지 자신의 소행이라고 자백하면서 이 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돼 20년을 복역한 윤모(당시 22세) 씨의 과거 수사 및 재판 내용도 다시 도마에 올랐다. 그는 2심 재판에서 “고문을 당해 허위자백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증명할 자료가 없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윤 씨의 2심 판결문에 따르면 윤 씨 측은 항소 이유에 대해 “사건 당시 주거지 방에서 잠을 자고 있었고,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바가 전혀없는데도 경찰에 연행돼 혹독한 고문을 받고 잠을 자지 못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허위로 진술했다”고 밝혔다. 그는 “검찰 및 원심법정에 이르기까지 그대로 진술하도록 강요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신빙성이 없는 자백을 위배해 사실을 오인해 판결에 미쳤다”고 주장했다.

2심 재판부는수사기관에서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볼만한 아무런 자료도 없다며 윤 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같은 해 5월 열린 3심 재판에서도 윤 씨는 “고문 등 강요 때문에 허위 자백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판결문을 보면 그가 실제 새벽 5시까지 경찰 조사를 받았다는 사실도 함께 확인할 수 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경찰에 연행돼 거짓말탐지기 실험과 휴식에 소요된 시간을 제외하고 실제로 조사받은지 4시간 40분만인 다음날 새벽 5시40분부터 자신의 범행을 자백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당시 재판부는 자백의당시의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쓴 표현이지만 결과적으로 윤 씨가 새벽까지 잠을 못자고 수사를 받았다는 것이 기록으로 남겨진 셈이다.

이춘재의 자백으로 8차 사건의 진범 논란이 다시 도마에 올랐지만, 경찰이 다시 재조사하기란 쉽지 않아보인다. 당시 사건 기록이 중요사건으로 분류되지 않는 이상 보존 기간이 지나면 폐기하는데다, 고문 여부 등에 대해 당시 수사관들의 진술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찰은 8차 사건을 포함해 이춘재가 자백한 14건의 살인사건도 정밀 분석하고 있다. 만약 과거 잘못된 수사가 있다면 책임지고 바로잡겠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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