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반
완성차 생산량 年 400만대 무너지나
뉴스종합| 2019-10-10 11:27
한국지엠(GM) 노조가 전체 조합원이 참여하는 전면파업에 돌입한 지난 9일 인천시 부평구 청천동 한국지엠 부평공장 본관 앞에 노조의 촉구내용이 적힌 대자보가 걸려 있다. [연합]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의 임금 및 단체협상 교섭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올해 완성차 생산량이 연 400만대 아래로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차 효과 기대감에도 노조 리스크와 고임금·저효율 구조에 따른 생산구조 붕괴가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10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총 291만5289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289만9556대보다 0.5% 증가했다.

국내 완성차 생산대수는 2015년 456만대를 기점으로 2016년 423만대, 2017년 411만대, 2018년 402만대로 꾸준히 감소했다. 현재 월 평균 생산 대수는 약 32만대로, 400만대 달성을 위해선 10월 이후 매달 36만대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생산량이 전년 대비 소폭 상승했지만, 위험 징후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실제 9월까지 국내 완성차 판매 실적은 113만2483대에서 112만1348대로 1.0% 감소했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의 판매량 급감이 전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한국지엠의 내수는 9월에만 전년 동기 대비 30.4% 감소한 5171대에 그쳤다. 누적 기준으로는 18.7% 줄어든 5만3944대에 불과했다. 르노삼성은 1월부터 9월까지 6만402대의 국내 판매량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6만2343대) 대비 3.1% 감소한 규모다.

공장 가동률의 버팀목인 수출 실적도 저조했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의 9월 누적 기준 수출량 감소 폭은 각각 7.4%(27만5280대→25만5001대), 36.5%(10만9552대→6만9511대)로 4분기 이후 전망을 어둡게 했다.

문제는 마땅한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 모두 임금협상과 관련된 실마리를 찾고 있지만 평행선은 좁혀지지 않고 있어서다. 노조 리스크는 생산물량 감소에 따른 인력 재배치와 미래 전략마저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 중이다.

여기에 국내 생산 모델의 감소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지엠은 경승용차 수출이 저조한데다 RV 선적량이 줄었다. UPH(시간당 생산 대수) 감축에 돌입한 르노삼성은 북미 수출 차량인 ‘닛산 로그’의 수탁 계약 종료와 신차의 유럽 물량 배정이 흐릿해지면서 생산 절벽에 직면했다.

국내 완성차 업계의 생산능력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도 자동차산업의 성장판을 막는 악재로 지목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조사한 상반기 생산능력은 현대차가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한 88만6100대, 기아차가 2.4% 줄어든 76만1000대였다.

신차 효과가 생산량 증가로 이어지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국내 완성차 업계의 구조상 증산을 결정하려면 노조와 합의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기아차의 차기 노동조합 집행부 선거에서 ‘물량 확보’가 핵심 공약으로 떠오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 일부 모델의 증산을 결정한 현대차의 9월 누적 판매량이 4.1% 증가한 것과 달리 기아차는 4.9% 감소했다. 친환경차로 패러다임이 바뀌는 과정에서 공장별 물량 확보가 일터의 지속성을 결정하는 열쇠로 인식되고 있다는 의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동차 산업의 생태계 기반을 유지하는 마지노선인 400만대 붕괴 우려가 현실화하면서 공장별 물량 확보가 현장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며 “노조 리스크로 고착화한 고임금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향후 완성차 생산량의 감소 폭은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찬수 기자/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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