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험 마케팅·수기 검색 등 교묘
‘합법-불법 경계’ 대행업체 기승
사회적 책임보다 ‘마케팅 수단’
#. 1000만원이면 ‘N사 실시간 검색 노출해드립니다’
포털사이트의 ‘실시간검색 순위’(실검)가 정치권의 여론몰이나 마케팅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실검 노출을 전문적으로 대행해주는 업체까지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기자가 한 서비스 플랫폼에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 노출을 원합니다’라는 글을 올리자 4시간 동안 8곳의 업체에서 회신이 왔다. 약 1000만원의 비용을 내면 원하는 키워드를 실검 상위권에 노출 시켜주겠다는 제안이었다. 혹시 불법은 아니냐는 질문에 “이용자의 자발적인 참여, 인플루언서 마케팅 등을 체계적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염려할 필요가 없다”는 답변도 내놨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이같은 ‘실검 마케팅’ 대행 업체들 수십여개가 활동중이다. 이들 업체들의 경우 ‘대규모 조직을 동원한 실검 조작’이나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등 과거와 같은식의 불법은 행하지 않고 있다. 다만 불법과 합법의 중간쯤에서 교묘하게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상업적으로 왜곡한다. ▶관련기사 4면
실검 대행업체 관계자는 “예전처럼 알바를 대규모로 동원해 단순히 검색어를 많이 입력하는 것은 실검조작 불법행위로 볼 수 있어 진행하지 않는다”면서도 “체험마케팅, 전문 직원들을 활용한 수기 검색과 필요해 따라 검색 프로그램을 섞어 진행하기 때문에 불법으로 감지되지 않도록 운영할 수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심검 마케팅은 1위 포털인 네이버에 특히 집중되어 있다. 이용자수에서 경쟁사들을 압도하다보니 업체들도 네이버에 실검 마케팅을 집중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4일 오후 4시20분 경 주요 포털의 실시간 검색 순위 상황을 보면, 네이버는 1위를 비롯해 상위 10위 중 4개가 광고성 키워드다. 같은 시간 다음은 0개, 줌(Zum)은 1개의 광고 키워드가 올라와 있는 것과 비교된다. 다른 포털에서는 최상위 순위를 차지한 키워드인 ‘조민’은 순위가 현저하게 낮고, 전국체전, 구자철 같은 키워들은 아예 순위에 없다.
최근 들어서는 대형 유통,식품, 패션 업체들까지 나서서 실검 마케팅에 열을 올리면서 이같은 추세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나의 포털에 지나치게 집중된 국내 상황과 실검 순위의 노출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구글, 야후, 바이두 같은 해외 포털사이트의 경우 실시간 검색어 순위는 관심있는 이용자가 몇번의 클릭을 통해 찾아들어가야 볼 수 있는 구조다.
정치권에서는 실검 폐지론을 비롯해 알고리즘 공개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될 수 없다는 견해도 많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는 오는 25일 관련 공청회를 개최 업계, 학계의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다. 박세정 기자/sj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