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남준아트센터서 트레버 페글렌 ‘기계비전’
이미지 오퍼레이션. op.10, 2018. 단채널 4K UHD 컬러 비디오 프로젝션, 5.0 돌비 서라운드 사운드, 23분. [백남준아트센터 제공] |
“기술은 절대 중립적이지 않습니다. 기술이 탄생하는 시기의 사회 비전이 담겨있습니다. 그리고 그 기술로 또 사회가 바뀌지요” (트레버 페글렌)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작업세계를 확장해온 트레버 페글랜의 개인전이 10월 16일부터 내년 2월 2일까지 경기도 용인시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열린다. 2018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수상작가 기념전 ‘기계비전’에서다. 2018년 광주비엔날레 참여작가로 작품을 선보인 적은 있지만 한국에서 개인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시를 위해 방한한 트레버 페글렌은 “기계가 이미지화 한 것을 보면 지금 우리 사회문화적 맥락이 담겨있다. 추종하는 가치, 정치적 편형이 그대로 드러난다”고 말했다. 기계의 사고방식이나 작동방식을 시각화하며, 인간의 사고와 간극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는 기계를 이해하면 현재 인간사회는 물론 미래 사회까지도 살펴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전시엔 비디오와 사진, 설치작품 등 총 19점이 나왔다. 비디오작업인 ‘이미지 오프레이션 op.10’에서는 드뷔시의 현악 4중주를 연주하는 단원들의 모습을 인간이 받아들이는 방식과 기계가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교차하며 보여준다. 연주자들의 악기와 표정위로 자율주행차, 가이디드 미사일이 사용하는 알고리즘이 더해지며 이들의 모습은 사라지고 결국 수많은 기호들만 남는다. 음악과 이미지로부터 의미를 도출해내는 과정이 인간과 기계가 얼마나 다른지 극명하게 드러난다.
의미를 학습하는 AI기술은 단순히 구분이나 분류에 그치지 않는다. ‘그들은 달을 바라본다’와 ‘89곳의 풍경’에서는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감시와 통신 시스템, 인터넷 연결망의 집결지와 군사기밀 정보국 건물을 보여주며, 이러한 감시 권력이 거대한 시설을 바탕으로 가능하게 됐음에 주목한다. 권력시스템의 시각화는 그 존재만으로도 위압적이다.
“이 시대가 어떻게 생겼는지 관심있는 아티스트로서, 기술에 대한 탐구는 필수적”이라는 작가의 말 처럼 작품 하나 하나의 이면에 담긴 기술을 곱씹을 수록 이 기술사회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우려가 커진다. 인간이 창조한 기계는 인간을 꼭 닮았다는 명제가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은 백남준과 같이 새로운 예술영역의 지평을 열고 귾임없는 실험과 혁신적 작업을 선보이는 예술가를 발굴하기 위해 지난 2009년 제정됐다. 올해까지 6회 수여됐다. 제 1회에는 4명의 예술가(이승택, 안은미, 씨엘 플로이에, 로버트 애드리안 엑스)가 공동 수상했고 2회인 2010년에는 브뤼노 라투르, 2012년엔 더그 에이트킨, 2014년엔 하룬 미르자, 2016년엔 블라스트 씨어리가 선정됐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