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반
두산그룹의 사활 건 사업구조 개편…새 먹거리로 재도약 기틀 다진다
뉴스종합| 2019-10-31 10:32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 두산그룹이 전체적인 사업 구조 재편에 사활을 걸고 있다. 기존의 중공업 위주의 사업 포트폴리오에 의미 있는 변화를 주며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2016년 박정원 회장이 취임한 이후 비주력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기존 사업의 수익성을 높이는 한편 연료전지, 로봇, 드론 등 신산업으로의 체질 전환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박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도 그룹 전반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강조하며 계열사의 중공업, 건설기계 위주의 사업 포트폴리오에 ICT(정보통신기술)를 접목해 전사적으로 디지털화로의 체질개선을 꾀하고 있다.

▶그룹사업 부문 분할로 독자적 경쟁력 확보=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기업인 ㈜두산은 미래성장 사업을 가속화하기 위해 지난 1일 ㈜두산, 두산퓨얼셀, 두산솔루스 3개 회사로 분할했다. 존속법인인 ㈜두산은 전자, 산업차량, 모트롤 등 기존 사업의 고도화와 고부가가치 소재와 에너지, 물류 자동화 솔루션 사업군을 전략적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23년에는 매출액을 7조원으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특히 전략 육성 사업인 물류 자동화 솔루션 사업은 물류 창고 전체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통합 설계하고 구축·운영하는 물류 시스템 통합사업자(SI)로 성장시킨다는 구상이다.

신재생에너지 중 하나로 꼽히는 두산퓨얼셀의 발전용 연료전지사업은 이미 국내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점하고 있다. 2017년 세계 최초·최대 복층형 연료전지를 부산그린에너지에 공급하고, 지난해 세계 최대 부생수소 발전소(한화 대산)를 수주하는 등 시장 진입 후 3년만인 지난해 처음으로 수주 1조원을 넘어섰다. 이번 분할 이후 2023년까지 매출 1조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두산퓨얼셀과 현대자동차, 울산테크노파크는 지난 7일 수소 연료전지를 활용한 마이크로그리드용 분산발전 구축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왼쪽부터 우항수 울산테크노파크 에너지기술지원단장, 오재혁 현대자동차 전략기술본부 미래기술연구실장(상무), 문상진 두산퓨얼셀 R&D·신사업본부장(상무).[㈜두산 제공]

두산솔루스는 전지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등 전자 소재와 화장품, 의약품 등에 활용되는 바이오 소재 사업을 주력으로 한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부품인 전지박을 생산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헝가리에 생산공장 건설을 준비해왔고 내년 초 완공 예정이다. 전지박은 2020년 하반기부터 헝가리 공장에서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두산솔루스는 지난 8월 헝가리 터터바녀(Tatabánya) 산업단지에서 전지박 생산공장 착공 기념행사를 진행했다.[㈜두산 제공]

동현수 ㈜두산 대표이사 부회장은 사업분할과 관련해 지난달 가진 기업설명회에서 “성장성이 높은 사업을 독립시킴으로써 각 사업의 경영효율화 및 사업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사업환경을 고려했을 때 적절한 시점에 분할을 함으로써 기존 사업과 신규 사업들의 성장이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로봇, 드론 등 미래사업으로 중공업 이미지 탈피= 기존 중공업 위주의 사업 구조를 벗고 미래 신기술 산업 등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도 최근 두드러진 흐름이다. 두산은 2017년 4차 산업혁명시대의 유망기술로 손꼽히는 협동로봇 시장에 일찌감치 진출하고 양산을 시작했다.

㈜두산이 100% 지분을 갖고 있는 두산로보틱스는 지난 6월 독일 뮌헨에서 열린 유럽 최대 규모의 로봇·자동화 분야 전시회인 ‘오토매티카 2018’에 참가해 협동로봇의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면서 관람객의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작년 12월에는 중국 최대의 산업자동화 솔루션 전문기업인 보존 그룹의 링호우(Linkhou)사와 대리점 계약을 체결하며, 전세계 산업용 로봇 시장의 36%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특히 이달 일산 킨텍스(KINTEX)에서 열린 ‘2019 한국산업대전’에서 협동로봇 신제품 ‘A 시리즈’를 처음 공개함에 따라 기존 ‘M 시리즈’와 함께 업계에서 가장 많은 협동로봇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다.

기존 산업용 로봇은 안전 펜스를 설치해 작업자와 따로 분리된 상태에서 작업을 해야 하지만, 협동로봇은 펜스 없이도 안전하게 작업자 곁에서 일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두산로보틱스가 이달 일산 킨텍스(KINTEX)에서 열린 ‘2019 한국산업대전’에서 처음 공개한 협동로봇 신제품 ‘A 시리즈’.[㈜두산 제공]

㈜두산은 또 발전 및 주택·건물용 연료전지 사업을 영위하며 축적해온 연료전지 기술을 바탕으로 소형화된 모바일 연료전지를 개발했다. 2016년 12월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DMI)을 설립하고 약 2년의 연구·개발 기간을 거쳐 지난해 9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인터드론(Inter Drone)’ 전시회에서 드론용 수소연료전지팩을 처음 선보인 이후 본격적인 제품 양산에 돌입했다.

지난해 9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인터드론’ 전시회에서 관람객들이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의 드론용 수소 연료전지팩을 살펴보고 있다. 두산모빌리티이노션은 2시간 드론 비행이 가능한 드론용 수소 연료전지팩 제품을 이달 출시하고, 본격적인 제품 양산과 판매에 나선다.[㈜두산 제공]

▶수익성 저하 사업은 과감한 정리…계열사 부진은 과제=㈜두산은 기존 사업의 수익성 확대와 신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수익성 개선이 어렵다고 판단한 사업은 발빠르게 정리하고 있다.

㈜두산은 지난 29일 면세 특허권 반납을 결정했다. 두타면세점이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중국인 관광객 감소와 시내면세점 경쟁 심화 등으로 인해 올해 다시 적자가 예상된다. ㈜두산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수익성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돼 특허권을 반납하기로 했다”며 “손실이 예상되는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는 것으로 그룹 내 방향성이 확실히 정해졌다”고 말했다.

계열사인 두산건설의 부진은 ㈜두산이 풀어야 할 과제다. 두산그룹 계열사는 2011년 이후 두산건설에 유상증자, 사업부의 현물출자, 두산건설 보유 지분 매입 등을 통해 두산그룹 전체의 지원 규모가 상당하다. 계열사들에 대한 ㈜두산의 지원 부담이 부각되면서 일부 신용평가 등급이 하향 조정되기도 했다.

thlee@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