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반
“제네릭 시장 활성화 필요…현실에 맞는 약가정책 펴야”
뉴스종합| 2019-11-13 11:29
지난주 전북 전주시 그랜드 힐스턴 호텔에서 열린 2019 한국보건행정학회 후기학술대회.

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이 2020년 이후 제약업계 경영의 최대 이슈 중 하나로 떠오른 가운데, ‘오리지널 의약품 점유율이 높은 우리나라에선 제네릭(복제) 의약품 시장 활성화를 도모하고, 이에 걸맞는 약가 정책을 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외국의 약가에 비해 한국 의약품 값이 높다는 이유로 국내 제약업계 약가를 낮췄다면, 그 반대로 외국의 약가가 너무 비싼 경우 우리의 약값도 상향조정할 이유가 생기는데, 하나의 측면만 보고 일률적으로 약가 인하를 강행하는 것은 ‘형평성·일관성 잃은 선택적 정책’이라는 업계의 하소연도 제기됐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회장 원희목)는 최근 전북 전주시 그랜드 힐스턴 호텔에서 열린 2019 한국보건행정학회 후기학술대회의 병행세션을 통해 ‘해외 약가 참조 및 활용의 한계’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고 12일 밝혔다.

손경복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는 ‘시장에서의 후발의약품 진입과 경쟁’이라는 주제의 발표를 통해 “오리지널 의약품 점유율이 높은 한국에선 정부의 정책적 고려를 통해 제네릭 의약품 시장 활성화와 이를 통한 가격 경쟁 구조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김기호 CJ헬스케어 상무는 토론자로 나서, 2018년 국정감사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외국과 달리 단일약가제를 적용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약가를 외국 약가와 직접 비교할 수 없다’고 답변했던 점을 지적했다.

그는 “해외 약가에 비해 한국 약가가 높아 가격을 내려야 한다면, 반대로 해외 약가에 비해 한국 약가가 낮은 경우에는 가격을 올리는 것이 형평성에 맞을 것”이라며 “이런 방안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면 정부는 재정안정성을 이유로 ‘선택적 해외 약가 참조’ 정책을 시행하겠다는 의도로 밖에 보여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종혁 호서대학교 교수는 ‘해외 약가 참조 활용의 한계’라는 제목의 발표를 통해, “한국이 협상시 참고하고 있는 각 국가들의 의약품 가격도 최대 5배까지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다”며 “납득할 수 있는 대푯값을 찾는 방법을 도입하더라도 문자 그대로 참고 가격으로 봐야지 국내 가격에 바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론자인 김성주 법무법인 광장 위원은 “유럽에서는 해외 약가 참조 활용이 증가 추세지만 주로 신약에 적용되고 있으며 특허만료 약은 개별 국가의 약가 규제 제도로 관리한다”며 “한국 제네릭 시장에서 시장경쟁이 이뤄지지 않는 점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 말했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주한 ‘외국약가 참조기준 개선 방안 연구’에 참여한 장수현 가천대학교 교수는 “외국 약가 참조를 위한 참값을 찾는 것이 국가적, 산업적 배경이 달라 어려웠다”면서 “각 나라가 어떻게 약가를 구성하는지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한국이 참조할 만한 기준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해외 약가 참조는 약가 기준중의 하나로만 고려해야하며 절대적 기준으로 삼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송영진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서기관은 “업계의 우려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이를 잘 고려하여 해외 약가 참조를 추진하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 밝혔다.

미국과 유럽, 동남아 각국 정부들은 약효는 동등하지만 국민 부담이 적은 제네릭 의약품을 권장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 이에 따라 특허기간이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 가격은 낮추고 제네릭 시장의 활성화를 꾀하는 상황이다.

국내 굴지의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제네릭과 시밀러 등 개선형 복제약으로 성장동력의 마중물을 만들고, 국민들에게 오리지널보다 훨씬 싼 값에 약을 공급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함영훈 기자/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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